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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아쉬움 가득한 퇴장이다. 과정과 결과 모두 그랬다.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팀도 1점차로 석패했다. 데이비슨 대학 이현중(22)의 토너먼트가 단 한 경기로 막을 내렸다.
데이비슨 대학은 지난 19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본세커스 웰니스 아레나에서 열린 미시건 주립대와 NCAA 토너먼트 경기에서 73-74로 졌다. 이현중은 35분을 뛰면서 11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 2실책을 기록했다.
한국 남자선수 최초로 NCAA 토너먼트에서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를 달성하며 한국 농구에 굵직한 발자국을 찍은 이현중이다. 이현중에 앞서 최진수(현대모비스)가 2009년 매릴랜드 대학 소속으로 한국 최초 토너먼트 무대를 밟은 남자 선수가 됐다. 그러나 당시 최진수는 출전시간 3분에 그치고 파울만 기록한 바 있다.
한국농구 역사에 남을 순간을 만들었지만 만족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현중이 보여준 모습을 돌아보면 더 그렇다. 이날 데이비슨 대학은 팀내 최고 슈터인 이현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현중이 중심이 된 패턴 플레이를 보기 어려웠다. 이현중 또한 이따금씩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는 데에 있어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NBA 스카우트의 눈도장을 찍을 절호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토너먼트에 앞서 현지 언론은 이현중이 NBA 드래프트 2라운드 후반에 지명될 것으로 내다봤다. NBA 드래프트는 2라운드까지 진행되며 총 60명이 호명된다. 그러나 이날 고전으로 인해 이현중을 향한 평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스카우트들은 토너먼트 활약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관심이 집중된 무대에서 활약해야 NBA에서 마주할 더 큰 부담을 극복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제 이현중에게 놓인 선택지는 두 개다. 3학년인 이현중은 학교에 남아 이듬해 4학년까지 보낼 수 있다. 이 경우 다시 NCAA 토너먼트 진출과 토너먼트 활약이 목표가 된다. 또다른 선택지는 계획대로 NBA 드래프트 신청이다. NBA 드래프트 신청서를 내면 그대로 대학생활은 마침표를 찍는다. 규정상 드래프트 신청서를 낸 선수는 대학에 돌아갈 수 없다.
NBA 입성 확률을 고려하면 후자가 낫다. 토너먼트에서 활약은 부족했으나 그래도 NBA 스카우트들은 이현중이 어떤 선수인지 분석을 마쳤다. 나이 또한 선수를 지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특급 유망주들은 대학 1·2학년을 마치고 NBA로 직행한다. 이현중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하는 게 유리하다.
물론 드래프트 지명을 확신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아직 반등할 수 있는 요소가 남았다. 드래프트 신청서를 내면 드래프트 콤바인과 구단별 워크아웃에 임한다. 콤바인은 신체검사와 운동능력 측정, 워크아웃에서는 구단이 요구한대로 훈련하고 실전도 치른다. 지난해 NBA 드래프트를 돌아보면 스코티 반즈(토론토)가 콤바인과 워크아웃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당초 케이드 커닝햄(디트로이트), 자일런 그린(휴스턴), 에반 모블리(클리블랜드), 제일런 석스(올랜드)가 빅4 구도를 형성했는데 반즈가 석스를 제치고 4순위로 지명됐다.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해도 기회는 있다. NBA 구단은 투웨이계약으로 드래프트 미지명자와 계약을 맺는다. 투웨이계약은 미국야구에서 마이너리그 계약과 비슷한 개념이다. 투웨이계약자는 NBA의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활약할 경우 NBA 입성 기회를 얻는다. 이현중과 비슷한 유형으로 비교되는 던컨 로빈슨(마이애미)도 2018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못했지만 G리그에서 활약해 NBA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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