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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박호민이 1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후반 막판 추격골을 넣은 뒤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제공|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정말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엄청난 의미 경기.’

20일 FC서울 공식 인스타그램은 구단과 선수단을 지지하는 팬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전날 올 시즌 홈 개막전으로 치른 제주 유나이티드전(1-2 패)에 나선 11명의 선발 요원과 선수의 경기 사진에 달린 댓글이다.

최근 안익수 감독을 비롯해 선수 11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서울은 제주전에서 ‘영끌 선수진’으로 경기를 치렀다. 10여 명의 부상자까지 발생한 터라 이날 17명의 엔트리 중 주전급은 단 4명(나상호 팔로세비치 고요한 강성진) 정도에 불과했다. 11명은 올 시즌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였고, 9명은 U-22 자원이었다. 신인 공격수 김신진은 임시방편으로 센터백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벤치에서는 김진규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애초 서울 구단은 코로나 집단 감염 여파를 고려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제주전 연기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프로연맹이 시즌 중 코로나 확진자 발생 시 최소 엔트리 17명 구성이 가능하면 경기 연기 없이 진행한다’는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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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전에서 감독 대행직을 소화한 김진규 코치. 제공|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은 올 시즌 평균 패스(595.17개), 키패스(6개), 중앙 지역 패스(344.50개) 등 패스 주요 지표에서 리그 전체 1위다. 90%에 달하는 평균 패스 성공률까지, 울산 현대와 더불어 수준급 빌드업을 앞세워 선진적인 전술을 뽐내고 있다. 다만 이날 빌드업의 기본 뼈대가 돼야 하는 수비진부터 구성에 난항을 겪은 만큼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초반부터 잦은 패스 실수가 나왔고, 제주가 강한 전방 압박을 펼쳤다. 결국 제주가 전반 10분과 26분 연달아 주민규의 송곳 같은 패스 두 방을 조나탄 링이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일찌감치 두 골을 내주고 마음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은 만큼 ‘와르르’ 무너질 법했다. 그러나 서울 서포터는 연이은 실점에도 손뼉을 쳤다. 경기 경험이 극히 적은 어린 선수들이 불같은 의지로 추격전을 펼쳤다. 그리고 후반 40분 나란히 교체 투입된 이승재와 박호민이 투입 3분 만에 합작골을 만들어냈다. 이승재가 페널티 아크 왼쪽을 돌파, 상대 수문장 김동준의 실수 때 집중력을 놓지 않고 옆에 있던 박호민에게 공을 내줬다. 박호민이 침착하게 차 넣었다. 둘 다 올 시즌 첫 경기에서 투입 3분 만에 공격 포인트를 수확한 것이다.

개막전 승리 이후 리그 5연속 무승(2무3패) 부진에 빠진 서울이나, 대다수 팬이 ‘너희는 우리의 자존심’이라며 비상 상황에도 투혼을 발휘한 선수를 치켜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은 제주(335개)의 두 배 수준인 735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639개를 성공해 86.9%의 성공률을 보였다. 키패스도 4개다. 초반 저조한 경기력에도 막판에 얼마나 높은 집중력으로 제주를 위협했는지 엿볼 수치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