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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작품마다 얼굴을 갈아끼운다. 그것도 파격적으로. 섬뜩한 성폭행범, 유쾌한 군수사관, 혼인으로 한탕하려는 도령, 모두 한 사람이다. “시키면 다 한다”는 말보다 “시키면 다 잘한다”는 말이 적절하겠다. 최근 tvN ‘군검사 도베르만’(윤현호 극본· 진창규 연출)을 마친 배우 고건한을 만났다.
고건한은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4사단 군법무실 소속 군수관 윤상기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났다. 도배만(안보현 분)의 충직한 부하인 윤상기는 업무 능력도 뛰어나지만, 친화력이 대단한 인물이다. 한마디로 ‘분위기 메이커’다.
드라마는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도배만과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조보아 분)이 군대 내 악을 타파하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극중 윤상기는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될 때면 등장해 무해한 웃음을 안겼다. 보기만 해도 실소를 흘리게 되는 캐릭터였던 만큼, 그를 연기한 고건한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편견이었다. 실제로 마주한 고건한은 말수가 적고 진중한 사람이었다. 우스갯소리가 반인 질문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배우로서의 철학이 담긴 답변을 내놨다. 화제가 된 ‘랩 배틀 신’도 그에게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가 아니었다. 감독의 디렉션을 철저히 따르고 연습을 거듭해 완성한 장면이었다.
“대본에는 윤상기의 대사가 두 줄로 돼 있었다. 랩 배틀 자체가 대본에 없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랩 배틀 형식으로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가사도 만들고 라임도 넣었다. 상대 배우가 랩을 좋아하는 분이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화통화로 함께 연습했다. 나름의 노력이 있었다.”
특히 이 장면을 본 지인들의 연락을 받고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한다. 고건한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함께한 (김)경남이, (류)덕환이 형, (이)상이와 채팅방이 있다. 그곳에 갑자기 이게 뭐냐는 식의 톡이 왔더라. ‘우리가 안 봤으면 좋았을 뻔했지’ 느낌이었다. 드라마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데 말하길래 사람들이 많이 보겠구나 싶었다. 덕환이 형은 오그라든 손을 찍은 사진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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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사 도베르만’은 최고 시청률 10.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고건한은 마지막까지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로 ‘군대 내 부조리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연출과 대본’을 꼽았다. 그는 “군에 대한 드라마가 나오면서 많은 사람이 군 문화를 알게 되지 않았나. 그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는 활극 느낌이어서 오히려 다가오시기 쉬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보다 훨씬 텐션이 높은 윤상기를 연기했지만, 안보현과 조보아를 보고 더욱이 힘을 내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는 “(안)보현이랑 (조)보아는 분량도 대사량도 많았는데 지칠 만한 순간에도 씩씩하게 있으니까너도 시동을 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 뭐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자극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내 “시키면 다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마냥 웃을 수 없다. 2011년 연극 ‘안티고네’로 데뷔해 영화 ‘수성못’ ‘너의 여자친구’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드라마 ‘신의 퀴즈4’ ‘오 마이 비너스’ ‘로봇이 아니야’ ‘계룡선녀전’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생일편지’ ‘꼰대인턴’ ‘오케이 광자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등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정작 20대 초반 때처럼 치열하게 살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부산에 살았을 때는 되게 치열하게 살았다. 사정이 안 좋아서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뭘 하기도 하고 신문 배달도 해봤다. 연기도 더 열심히 했고 먼저 찾아가서 배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를 위한 시간조차도 치열하게 보내지 않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주어진 선에 그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배우로서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는 “거창하게 말하면 소명의식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소방관, 경찰 등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나. 가족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아닌, 소명의식을 띠고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건한은 자신의 이름보다 극중 역할이 주목받길 바랐다. 이 역시 그가 말한 ‘소명의식’의 일종 아닐까. 그는 “예전에도 이런 말을 했는데 윤상기 역의 고건한이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라며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보고 싶은 게 참 많다. 저를 다양하게 보여줄 여건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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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