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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는 루틴과 준비과정이 다르다.
선발투수가 경기 도중 가장 어려운 게 동료들의 공격이 길어질 때다. 다음 이닝에 대비가 쉽지 않다. 3,4득점의 빅이닝을 만들고 이닝이 바뀔 때 실점도 하게 된다. 그런 형태의 경기들이 비일비재다. 선발투수가 평소의 리듬을 유지하지 못해서다.
마무리 투수가 4아웃, 5아웃 세이브가 어려운 이유도 비슷하다. 이닝이 끝나고 덕아웃에서 팀 공격을 기다린 뒤 마운드에 오른다. 어깨가 식고 리듬을 찾지 못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다. 현대 야구에서 불펜투수 기용을 거의 이닝으로 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일(한국 시간) 류현진은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시즌 3승에 실패했다. 5회를 채우지 못했다.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4이닝을 마치고 불펜의 로스 스트리플링으로 교체됐다. 투구수는 58개(스트라이크 38)에 그쳤다. 4이닝 동안 4안타(2홈런), 4삼진 3실점(2자책점)했다. 팀은 7-3으로 이겨 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29승20패.
교체의 빌미가 된 게 4회 초 MVP 출신 호세 어브레이유의 투런 홈런이다. 류현진은 지난해에도 홈에서 어브레이유에게 홈런을 허용한 적이 있다.
류현진은 먼저 1회 LA 다저스동료였던 선두타자 AJ 폴락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커터를 얻어 맞았다. 이후 안정을 되찾아 3회 초 폴락을 유격수 병살타로 유인할 때까지 1안타만으로 화이트삭스 타선을 막았다. 절묘한 체인지 오브 페이스로 호투를 이어갔다. 팻 태블러 해설자는 2회 애덤 잉글을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낚자 “완급조절의 대가(Master of changing speed)”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블루제이스는 2-0으로 앞선 3회 말 류현진 전담포수 8번의 대니 잰슨이 시즌 7호 3점 홈런으로 스코어를 5-1로 벌렸다. 3회 말 선두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볼넷을 시작으로 7타자가 나서 3점을 추가했다. 화이트삭스 선발 마이클 코펙도 10일 만에 등판해 매우 부진한 피칭을 보였다. 볼넷 4개로 제구 문제와 3이닝 동안 6안타(2홈런) 5실점했다.
선발 류현진에게 3회는 긴 이닝이었다. 4점의 여유를 가졌지만, 류현진은 4회 초 선두타자부터 꼬였다. 2번 앤드류 본의 타구를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글러브에 맞고 놓치는 실책으로 주자를 출루시켰다. 이어 어브레이유가 볼카운트 3-1에서 류현진의 125㎞의 체인지업을 통타해 2층 스탠드에 꽂았다.
1사 후에는 5번 제이크 버거가 중견수 라이멜 타피아의 머리 위를 넘기는 2루타를 날렸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버거의 2루타가 나오자 불펜에 스트리플링을 준비시켰다. 류현진이 내준 4안타 가운데 강한 타구가 3개였다. 폴락, 어브레이유 홈런은 이른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노 다우터(No Doubter)’였다. 게다가 이날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은 4회까지 단 1개도 145㎞(90마일)로 측정된 게 없었다.
피트 워커 투수코치는 4회를 마친 뒤 류현진과 대화를 나누고 불펜에서 준비한 로스 스트리플링으로 교체했다. 이유는 시즌 초 부상자명단에 오르게 했던 왼팔 팔뚝이 죄어져(tightness)오는 이상 증세를 보였기 때문. 구속도 지난 LA 에인절스전보다 현저히 떨어지면서 강한 타구를 맞은 배경이다. 부상자명단에 재등재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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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류현진이 선발진에서의 차지하는 위상은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초반 부진이 팔뚝 이상으로 나타나면서 코칭스태프는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럽다. 블루제이스는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영입한 케빈 가우스맨(5승3패 2.51)과 2년차 알렉 마노아(5승1패 1.77)를 제외하고 믿을 선발이 없고 불펜이 승수를 올려주고 있다. 22차례 1점 차 승부를 벌여 15승7패로 MLB 최다승이다. 불펜의 힘이 느껴지는 기록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