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홈런 허용한 로니
KIA 로니 윌리엄스가 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전에서 김현수에게 역전 홈런을 허용한 뒤 주저 앉아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5회가 끝났을 때 투구 수는 75개. 구속도 꾸준히 시속 150㎞에 육박했다. 제구가 좋은 투수는 아니어서 위태위태했지만, 힘은 있다고 판단했다.

상대 리드오프부터 시작하는 6회초 수비. KIA 로니 윌리엄스(26)는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꽂아 넣은 뒤 2구째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발빠른 주자가 누상에 있으면 평정심을 찾지 못하는 젊은 투수에게 리드오프를 공짜로 내보낸 것은 썩 좋지 않은 신호다. 이미 4회초 홍창기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은 탓에 한 점 빼앗겼다. 1점 차 리드 상황이라면 흐름을 끊을 만했다.

그러나 KIA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믿는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는 대목. 그러나 로니는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현수에게 초구를 던지다 역전 홈런을 맞았다. 체인지업 구속이 시속 140㎞를 넘나드는 로니의 체인지업은 배트 컨트롤이 좋은 타자에게는 속구 타이밍에 큰 것을 허용할 수 있는 구종이다. 구종 선택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흐름을 빼앗긴 뒤였다.

투구하는 로니
KIA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가 8일 광주 LG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KIA 벤치는 역전을 허용한 뒤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쨌든 6회를 자신의 힘으로 막아내라는 메시지를 투수에게 전달했다. 채은성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지만, 오지환에게 3볼 1스트라이크에서 우익선상 2루타를 내줬다. 김현수에게 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 앞에 한참을 주저앉아 있던 로니는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해 보였다.

흔들리는 투수를 마운드에 계속 세워둔 것은 KIA 김종국 감독의 ‘긴 호흡’으로 읽힌다. 로니는 4월22일 키움전 승리 후 오른 허벅지 염증으로 한 달가량 휴식을 취했다. 개막 한달 만에 부상해 한달을 쉬었으니, 던지는 체력이 만들어졌을 리 없다. 투구수, 이닝을 늘려가며 90구 이상 두어차례 던져야 풀타임 선발 역할을 할 체력이 생긴다. 복귀 후 네 번째, 선발로 세 번째 등판이니 6이닝을 채울 때도 됐다.

[포토]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김종국 감독과 정해영
KIA 김종국 감독(오른쪽)이 마무리 투수 정해영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또 하나. 외국인 투수 션 놀린의 부상하차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불펜을 끌어써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라고는 양현종뿐이지만, 지난해 투구수가 적었던 그의 체력도 고려해야 한다. ‘마당쇠’ 역할 중인 윤중현과 필승조인 ‘트리플 J(장현식 전상현 정해영)’의 과부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장현식 정해영은 지난해 많은 이닝을 소화한 터라 체력관리에 더 신경서야 한다. 김 감독이 “투구수, 등판간격 등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감독은 “지금은 순위 경쟁에 승부수를 던질 시기가 아니다. 여름레이스를 지나야 윤곽이 나오지 않겠는가. 그때까지는 선수들이 지치지 않는 데 집중하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풀타임 경험이 적은 야수진, ‘빅게임 피처’가 부족한 선발진 환경을 고려하면 살얼음판 건너듯 팀을 끌어가는 수밖에 없다. 승리 대신 젊은 외국인 투수의 성장과 불펜보호를 선택한 김 감독의 호흡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어쨌든 시즌은 길고, 외국인선수 수급 시장은 불황이다.

한편 로니는 8일 경기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종차별 발언을 한 악플러에게 맞대응했다가 사과문을 올렸다. 로니의 말처럼 ‘인종차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욕설로 대응하는 것을 장려할 수는 없지만, 인면수심의 범죄자에게까지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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