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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원준이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왼발이 뒤끔치부터 땅에 떨어지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지칠 때도 됐다. 시즌 12경기에 선발로 나서 67.2이닝 동안 1054구를 던졌으니 쉬어가는 게 당연하다. 두산 최원준(28)이 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휴식 차원의 엔트리 제외다. 열흘간 휴식과 훈련으로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라는 메시지다. 시즌은 길고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이라, 장기적 관점으로는 여름 레이스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외국인 투수가 갖춰져 있고, 국내 선발진이 풍성하면 큰 고민없지만, 구위 하나로 리그를 평정할 수 있는 최원준의 이탈은 작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곰탈여’ 김태형 감독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과감히 선택했다.

최원준은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5회까지 퍼팩트 피칭을 했다. 그러나 6회 집중 5안타를 맞고 4실점해 4패(4승)째를 떠안았다. 한 이닝에 와르르 무너졌다는 것은 구위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의미다. 체력이 고갈된 것으로 보는 이유다.

[포토] 최원준 \'입술 꽉\'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이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와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왼발 전체가 지면에 닿은 상태에서도 중심이 오른발에 남아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최고시속 145㎞까지 던지기도 했지만, 최원준의 속구 평균구속은 시속 138㎞ 정도다. 그런데 타자들은 145㎞짜리 이상 강속구가 날아드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투수 손을 떠나 포수 미트까지 밀고 들어오는 힘이 남다르다는 의미다. 두산 관계자는 “팀내 볼 회전수 1위는 홍건희인데, 분당 회전수가 2400rpm 중반대 정도 된다. 최원준도 평균값이 2350에 이른다. 팀 내에서도 상위권”이라고 귀띔했다. 시속 140㎞ 초반대 속구를 던지는 잠수함 투수가 분당회전수 2350이라면, 타자들이 5㎞ 이상 빠르게 느낄 만하다.

최원준이 가진 구위의 비밀은 275㎜에 숨어있다. 발 사이즈다. 잠수함 투수 중에서도 최원준은 독특한 중심이동 동작을 갖고 있다. 디딤발을 내디딜 때 왼발 뒤꿈치가 지면에 찍히듯 떨어진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왼발 뒤꿈치가 지면에 닿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중심이동을 한다는 뜻이다. 다리를 들어올려 오른발에 체중을 실어둔 뒤 디딤발이 지면에 떨어질 때는 포수쪽으로 상당부분 중심이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원준은 뒤꿈치가 지면에 닿기 시작할 때부터 체중이동을 시작해 발가락이 지면을 디딜 때 가속력을 극대화한다.

[포토] 최원준 \'오늘도 이기자\'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이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와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팔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도 왼발을 추진체로 활용해 중심이동을 가속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두산 권명철 투수코치는 “왼발 뒤꿈치가 지면에 닿을 때 최원준의 팔은 발사대로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뒤꿈치-발바닥-발가락 순으로 지면에 닿는데, 이때 체중이동을 가속할 수 있는 투구폼을 체득하고 있다는 뜻이다. 체중을 더 왼발에 완전히 실을 수 있기 때문에 구위가 좋은 공을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이 아닌 하체, 이 중에서도 발바닥을 추진체로 활용하는 투수는 국내 잠수함 투수 중 최원준이 유일하다.

왼무릎 발목뿐만 아니라 중심이 왼쪽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버티는 오른쪽 골반, 허리 등의 근력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다. 힘을 전달하는 동력 추진체인 왼발이 빨리 떨어지거나 발끝이 열리기 시작하면, 투구의 직전성도 흐트러진다. 구위형 투수에게는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포토] 5승에 도전하는 최원준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이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와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릴리스포인트 순간 왼무릎이 닫혀있어 체중을 완전히 지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번 휴식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힘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복귀 후 최원준의 활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