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처 | 스타제국 트위터
[스포츠서울] 최근 그룹 '제국의 아이들(ZE:A)'의 리더 문준영이 소속사 스타제국 신주학 대표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하루 만에 사과했다. 문준영은 21일 트위터에 직접적으로 전속 계약과 수익 정산 등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신주학 대표를 비판했으나 하루 만에 "오해를 풀었다"며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억측이 돌았고 이에 대해 문준영은 22일 "잠시 휴전"이라는 글과 함께 일부 억측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제국의 아이들' 멤버 광희도 나서 "돈을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트위터를 통해 해명했다.
아이돌과 소속사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언제나 아슬아슬한 그들의 관계는 대부분 '돈' 문제와 연관이 돼왔다. 그만큼 아이돌과 소속사의 수익 정산 문제는 그룹의 해체, 멤버의 탈퇴 등을 낳으며 파문을 일으켜왔다. 이에 '전속계약'을 중심으로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 그 갈등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그룹 JYJ, 동방신기. 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노예계약'의 재조명…80만 카시오페아 울린 '동방신기 사태'
연예 산업계에 불공정 계약이 꼬집어지며 '노예계약'이 재조명된 사건이다. 2009년 7월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고(故) 장자연 사태'를 계기로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전속계약'에 '표준'을 마련한 바 있다. '표준전속계약서' 2종이 등장한 시기다. 그러나 '표준전속계약서'가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1일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세 명(영웅재중·믹키유천·시아준수)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내게 된다. 가처분신청을 한 멤버 3명은 "13년 전속계약은 사실상 종신계약을 의미한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립한 일정으로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쳤다"고 전했다. 이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송에 대응하겠다"며 "3명의 멤버들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전했으나 결국 이들의 전속계약 분쟁은 2012년 11월 28일까지 약 3년 4개월 동안 이어지며 팬들의 마음을 지치게 했다. 결과적으로 소송을 낸 세 사람은 2010년 9월부터 그룹 제이와이제이(JYJ)를 결성, 활동 중이며 남은 두 사람(유노윤호·최강창민)은 '동방신기'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2008년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는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 80만을 울린 오랜 분쟁의 끝이었다.

그룹 슈퍼주니어 前멤버 한경, 엑소 前멤버 크리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슈퍼주니어-엑소'…외국인 멤버의 탈퇴
2014년 5월, 그룹 엑소(EXO)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걸었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계약의 효력이 없음을 인정해 달라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사실 외국인 멤버와 소속사 간의 갈등은 '동방신기 사태'가 벌어졌던 200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12월 22일 슈퍼주니어(Super Junior) 소속이었던 중국인 멤버 한경 또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걸었던 것이다. 한경은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스케줄 문제, 수익 배분 문제 등을 꼬집었다. 결국 2010년 12월 서울중앙지법은 "2003년 1월 전속계약 체결, 2007년 2월 변경계약 체결, 2007년 12월 부속계약 체결 등 이 세 계약 모두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며 한경의 손을 들어줬다. SM엔터테인먼트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를 진행했고, 2011년 9월 양측 합의 하에 소송은 취하됐다. 한경은 SM과의 법적 분쟁을 마친 뒤 중국에서 가수와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영화 '트랜스포머4: 사라진 시대'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엑소 크리스의 경우는 현재 소송 진행 중에 있으며 중국에서 영화 '유일개지방지유아문지도', '하유교목아망천당'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활동을 강행하고 있다. 엑소 또한 크리스 없이 단독 콘서트 투어를 이어가며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엑소 프롬 엑소플래닛 - 더 로스트 플래닛 인 베이징' 공연을 마쳤다.

강지영, 니콜, 박규리, 한승연, 구하라. 사진 | DSP미디어 제공
◇ '카라', 치열했던 100일 간의 여정
최근 새로운 멤버 허영지를 영입한 카라(KARA) 또한 '전속계약'을 둘러싼 분쟁의 아픔이 있었다. 2011년 1월 19일 리더인 박규리를 제외한 카라의 한승연, 니콜, 구하라, 강지영은 법정대리인을 통해 "소속사가 지위를 악용해 멤버들이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을 강요하고, 인격 모독과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채 각종 무단 계약을 진행했다"며 "멤버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 등 더 이상 소속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카라는 2007년 데뷔해 '미스터', '루팡', '점핑' 등 여러 히트곡을 냈으며 2010년 일본으로 진출해 대표적인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소속사 DSP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 가운데 19일 오후 구하라가 입장을 번복, DSP에 잔류를 결정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3인의 '카라 복귀설'쪽으로 무게가 기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2011년 4월 28일 카라의 소속사 DSP는 공식 발표를 통해 "카라 3인은 모든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고 그룹 카라의 활동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3인과 DSP가 지속적인 협상 끝에 분쟁이 꼭 100일째 되던 날 극적으로 타결을 본 것이다. 이후 이들은 5인조로 활동을 계속했으나 올 초 전속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니콜과 강지영이 카라를 탈퇴, 새 멤버 허영지를 영입하며 새로운 카라로 다시 태어났다. 니콜과 강지영은 각자 소속사를 옮겨 개인 활동을 선택했다. 니콜은 현재 솔로 컴백을 준비 중이며, 강지영은 일본 드라마 '지옥선생 누베'로 연기에 도전한다.

그룹 블락비. 사진 | 세븐시즌스 제공
◇ 새로운 둥지 택한 '블락비'
전속계약을 두고 소속사와의 갈등 끝에 새 둥지를 튼 경우도 있다. 블락비(Block B)는 지난해 1월 "소속사가 적절한 교육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지 않고 수입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았다"며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그러나 2013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소속사가 연습실과 작업실, 숙소를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았다거나 적절한 교육과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며 블락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재판부는 "음원수입 4억 3,000만원과 행사수입 500만 원 등은 제대로 정산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고의로 수입을 정산해주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법원은 블락비 멤버들이 소속사인 스타덤을 상대로 낸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으나 블락비 멤버들은 스타덤과 꾸준한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뤄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스타덤은 블락비의 새 소속사 세븐시즌스에 블락비의 전속권을 이양했고, 소속사를 옮긴 블락비는 약 1년 만에 지난해 10월 세 번째 미니앨범 '베리 굿(Very Good)'으로 컴백해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블락비는 지난 7월 네 번째 미니앨범 '헐(H.E.R)'을 발매한 바 있으며 오는 11월 두 번째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소속사와 아이돌의 전속계약 문제는 한 마디로 단정 짓기 어려운 문제다. 한 그룹의 아이돌을 키워내기 위해 소속사는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그들이 데뷔를 하면 그들에게서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려 한다. 대형 기획사조차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몇 년여의 과정이다. 중소 기획사들의 상황은 보다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기획사는 연습생이 데뷔를 하고, 신인 그룹이 탄탄한 팬덤과 인지도를 확보할 때까지 그 뒤를 밀어준다. 그룹이 인지도를 얻지 못하게 될 경우를 감수하는 '도박'같은 투자다. 그룹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을 했으니 돈을 받고 싶어 하고, 기획사 입장에서는 과거 투자비용과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유지비용을 메우려한다. 좁혀지지 않는 갈등이다.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매체 환경과 문화가 변함에 따라 이는 좀 더 빈번하게,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황긍지 인턴기자 pride@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