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14_이재학01
NC 이재학이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두산전 승리 후 인터뷰에 응했다. 창원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창원=김동영기자] “다른 구종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일반적으로 선발투수는 4개 구종을 보유하고 있다. 적어도 3개는 있다. 그런데 딱 2가지 구종으로 10년째 선발로 활약중인 투수가 있다. NC 이재학(32)이다. 속구와 체인지업 2개로 ‘먹고 사는’ 중이다. 이것 또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재학은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쳤다. ‘완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투구였고, NC도 4-1의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이재학은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13경기 만에 거둔 1승. 지난해 10월15일 두산전 완봉승 이후 271일 만에 올린 개인 승리이기도 하다. 동시에 NC는 5연패에서 벗어났다. 전반기 막판 흐름 전환에 성공했다.

눈길이 가는 쪽은 내용이다. 이재학은 이날 90개의 공을 뿌렸다. 속구가 44개, 체인지업이 46개다. 5대5 비율로 딱 두 가지 구종만 뿌렸다. 속구는 시속 137~145㎞ 분포를 보였다. 힘이 있었다. 여기에 체인지업이 시속 114~129㎞ 스피드가 나왔다. 속구와 일정 비율의 구속차를 꾸준히 유지한 셈이다.

‘2지선다’인데 두산 타자들의 머리가 복잡했다. 체인지업이 완전히 속구처럼 들어오다가 뚝 떨어지는 탓이다. 패스트볼이라 생각했는데 체인지업이고, 체인지업이라 봤는데 속구가 온다. 칠 수도, 안 칠 수도 없다.

[포토]NC 이재학, 시즌 첫 승을 향해!
NC 이재학이 6월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재학은 “솔직히 구종 2개로 던지는 것이 조금 힘들기는 하다. 다른 구종을 추가하려는 시도도 했다. 그래도 타자들이 말하기를 내 체인지업이 패스트볼과 너무 똑같다고 느껴진다더라.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어도 오는 순간에는 속구 같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버티고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구종을 연습해봤다. 오히려 주무기가 약해지는 것 같았다. 힘들더라. 딜레마에 빠졌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꿨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하자. 베스트로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내 공을, 최고로 좋게 던진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구종을 추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비중도 10%에 육박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슬라이더는 거의 던지지 않는다. 뭔가 손에 착 붙지 않은 모양새. 다시 속구-체인지업으로 돌아왔다. 슬라이더를 아주 안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뭄에 콩 나듯 던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투 피치냐, 스리 피치냐가 아니다. 제구와 구위다. 이재학도 “세트 포지션에서 리듬을 바꿔봤다. 와인드업과 다르게 설정했다. 이것이 통했다 ”고 설명했다.

자기 밸런스에서 자기 공을 뿌리면 된다. 어설픈 3지선다보다 아주 어려운 2지선다가 더 낫다. 지난 2013년 NC에 온 이후 현재까지 선발로 10년째 뛰고 있는 이재학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