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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답지 않은 과감함이었다. 국내파 ‘옥석’은 일단 가려졌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모두 3-0 승리를 따냈다. 일본과 최종전만 남겨두고 있다.

애초 동아시안컵의 목적은 국내파 ‘옥석 가리기’였다. 동아시안컵은 A매치 기간이 아닌 기간에 대회가 열린다. 따라서 해외파를 소집할 수 없다. 벤투 감독이 최초 발표한 26명의 명단에서 수비수 권경원(감바 오사카)을 제외하면 전원 국내파로 꾸려졌다. 다만 보수적인 선수 기용을 하는 벤투 감독 특성상 큰 변화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벤투 감독은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단행했다. 1차전 중국전과 2차전 홍콩전의 선발 명단 전체가 달랐다. 11명 전원 교체였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이 정도 규모의 로테이션은 처음이었다. 중국전에서는 이번에 처음 발탁한 고영준과 강성진을 후반에 교체 출전시켰다. 고영준은 중국전에서 팀의 세 번째 득점을 도왔다. 강성진은 홍콩전에서 A매치 데뷔골과 멀티골을 쏘아 올리며 눈도장을 찍었다.

홍콩전 후반에는 뛰지 못한 이영재와 김주성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이적 문제로 소집 해제된 황인범을 포함해 동아시안컵에 소집된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한 번씩은 그라운드를 밟았다. 골키퍼도 일본전 출전할 가능성이 큰 조현우 대신 김동준과 송범근을 기용했다. 벤투호의 세 번째 골키퍼 자리를 두고 벌인 사실상의 마지막 점검이었다. 수비 쪽에서도 김민재를 백업할 오른발 수비수를 모두 테스트했다.

동아시안컵에서 A매치 데뷔한 선수는 모두 8명(강성진 고영준 이기혁 송범근 김동준 김주성 조유민 이재익)이었다. 벤투 감독은 홍콩전이 끝난 뒤 “모든 선수를 지켜보는 기회라 생각한다. 기존에 20~30분 동안 출전하던 선수 중에도 90분을 뛴 선수도 있다. 월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답지 않은 과감함으로 ‘옥석’은 가려졌다. 이제 벤투 감독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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