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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제구력 향상은 투수를 춤추게 한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커진다. 넘치는 자신감은 기세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세를 담아 던지는 공은 전광판에 나타나는 속도를 무의미하게 한다. KIA 이준영(30)이 이를 체감하고 있다.
사실상 KIA의 유일한 왼손 필승조인 이준영은 후반기 평균자책점(ERA) 0이다. 15경기에서 12.1이닝을 던졌는데, 안타 6개와 볼넷 4개를 내주고도 무실점 역투했다. 삼진 12개를 솎아냈고 홀드 두 개와 세이브 1개를 각각 따냈다. 이준영은 역투 비결로 제구력 향상을 꼽았다.
그는 “서재응 투수코치님과 훈련을 함께하면서 제구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오른팔 높이를 바꿨다. 이준영은 “서 코치님께서 오른팔이 높아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조언을 하셨다. 팔을 조금 낮춘 뒤 공 던지는 게 편해졌다”고 말했다.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한 투구폼은 밸런스 향상으로 이어진다. 타격이든 투구든 밸런스가 좋아야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내 몸에 맞는 밸런스’는 선수마다 다르니, 자신에게 맞는 밸런스를 찾는 게 꽤 중요하다.
이준영은 신장이 177㎝로 크지 않지만, 위에서 찍어 누르는 듯 공을 던진다. 상체가 옆으로 돌지 않아 투구 각이 좋다. 왼팔 스윙도 빠르다. 자유족을 들어올린 뒤 내딛는 과정에 방향타 역할을 하는 오른팔 움직임에 따라 상체가 빨리 무너지거나, 오른쪽으로 일찍 돌아갈 수도 있다. 힘을 쓰려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보상동작이 생기는데, 각을 높이기 위해 오른팔을 어깨보다 높게 드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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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팔을 높이 들면 끌고 내려오는 시간이 길어진다. 밸런스가 미세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중심이동-골반회전-어깨턴-팔스윙 순으로 이어지는 투구 동작에도 영향을 준다. 제구가 흔들릴 가능성이 생긴다.
최근 이준영의 투구는 오른팔을 자연스럽게 회전하면서도 어깨 위로 들어올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편안하게 공을 던지면서도 회전력과 직진성을 배가할 수 있는 동작이다. 공 던지는 게 편안해지니 원하는 곳으로 던질 확률도 높아졌다. 몸에 맞는 투구 밸런스를 찾았다는 뜻이다.
이준영은 “6위권 추격이 거세지만 5등은 KIA가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상자 탓에 팀 밸런스가 썩 좋지는 않지만 “서로 최선을 다하다는 얘기를 하며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 내 공을 자신있게 던지겠다”고 다짐한 이준영의 눈빛에 결의가 엿보였다. 자신감의 근원은 제구다. 제구 향상은 투수를 춤추게한다.
zzang@sportsseoul.com


![[포토] 역투하는 KIA 이준영](https://file.sportsseoul.com/news/legacy/2022/08/23/news/202208230100104650007544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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