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이대호, 4회 만루서 2타점 적시타
롯데 이대호.  사직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대전=김민규기자]“(가을야구)나는 포기 안 했다.”

은퇴시즌을 보내고 있는 프로야구 롯데의 거인 이대호(40)가 여전히 포스트시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의 마음가짐이라며 마지막 시즌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이대호는 지난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4-5로 끌려가던 9회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리며 팀의 8-6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9회 1사 만루 상황에 타석에 선 이대호는 한화 강재민의 3구째 139㎞의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작성했다. 개인 통산 12번째 만루 홈런을 역전 결승 그랜드슬램으로 연출한 것.

경기 후 만난 이대호는 “직전 타석에서 병살타를 친 게 좀 아쉽지만 중요한 순간에 (홈런이)나와서 기분 좋고 이긴 것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선의 4번 타자’란 별명처럼 자신의 무게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더욱이 은퇴투어 행사를 한 날 정말이지 영화 같은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그는 “일단 나까지만 (타석이)오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웅이 될 기회가 오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며 “못 쳤어도 후회는 안했겠지만 자신 있게 돌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포토] 이대호, 4회 만루서 통쾌한 2타점 적시타
롯데 이대호.  사직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대호의 그랜드슬램에 힘입어 승리한 롯데는 5위 KIA와의 격차를 3경기로 좁혔다. 보이지 않은 큰 벽이었던 ‘4경기’차를 드디어 깬 것이다. 그래서일까. 거인군단의 자존심인 그는 결코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가을야구)포기 안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게 프로의 마음가짐이다”며 “후배들한테도 한게임, 한게임, 한타, 한 타에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 한다. 다른 팀의 결과보다 우리가 이기는 게 중요하고 더 집중해서 남은 경기 결과를 좋게 가져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 만루 홈런을 친 후 배트 플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대호는 원래 배트 플립을 잘 하지 않지만 이날은 건물 2층 높이 정도로 유독 높게 던졌다. 그는 “(배트를)던지고 나서 머리에 맞는 줄 알고 열심히 뛰었다.(웃음) 내가 생각해도 손목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 그렇게까지 던질 생각이 없었는데 평일에도 팬들이 많이 와주셔서 너무 기뻐 나도 모르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들과 보답하는 차원으로 일부러 한 것이다. 투수한테는 정말 미안하고 떠날 선배가 너무 기분 좋아서 한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시즌이다.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도 정상에 올랐을 때 모두의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는 데 감사한 마음이다.

이대호는 “정말 은퇴투어를 하면서 내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음을 느낀다. 팬들게 너무 감사하고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며 “요즘 아내가 나와 통화하거나 내 눈만 봐도 운다. 애들도 ‘은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주워 담을 수 없고 좋은 모습일 때 멋지게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남은 한경기, 한경기 좋은 모습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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