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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눈빛이 돌았다는 반응에 기분이 좋았다.”

목덜미를 뒤덮은 뱀문신, 흘겨보는 듯한 삼백안,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칼로 사람을 쑤시는 공격성...변신도 이런 변신이 없다. 배우 서인국에게 영화 ‘늑대사냥’은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늑대사냥’은 동남아로 도피한 인터폴 수배자들을 국내로 송환하는 호송선 ‘프론티어 타이탄호’안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액션물이다. 살인, 강간, 존속살해 등 무시무시한 죄명을 훈장처럼 주렁주렁 단 범죄자들은 미리 손을 써 배를 탈취하는 반란을 일으킨다. 서인국은 극중 일급 살인 혐의로 인터폴에 수배된 뒤 한국으로 호송 중 선상반란을 주도하는 범죄조직의 우두머리 박종두 역을 연기한다.

“악역에 대한 갈망이 있는 상태에서 ‘늑대사냥’ 시나리오를 읽었다. 순수악 그 자체인 종두를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박종두의 카리스마와 잔혹성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모습부터 바꿨다. 흔히 ‘몸이 좋다’고 표현하는 근육질 몸매가 아닌, UFC헤비급 선수처럼 보이게 몸을 키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밥 한공기와 계란프라이 7개로 끼니를 시작했다. 3시간마다 간장비빔밥을 먹으며 하루 5끼를 채웠다. 서인국은 “체중감량보다 증량이 더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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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를 마쳤을 때 몸무게가 68㎏이었다. 몸을 키우기 위해 제주에서 배우 음문석과 합숙했다. 처음에는 맛있었지만 매일 그렇게 먹다보니 마치 밥을 위 안으로 밀어 넣는 느낌이었다. 나중에는 물려서 닭가슴살과 계란 프라이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렇게 85㎏까지 체중을 늘려 같은 회사 동료 배우 태원석 씨 만큼 몸을 키웠다.”

종두의 몸을 뒤덮은 문신은 타투 스티커로 표현했다. 상복부는 해골과 호랑이 얼굴로, 극 중반 서인국의 죽음을 상징하는 문신이다. 목은 뱀의 비늘을, 팔은 일본 야쿠자들이 주로 하는 문신 형태의 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를 붙이는데 3시간, 제거하는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리는 대대적인 분장이다. 서인국은 “처음 분장했을 때는 마치 핼러윈 메이크업을 하는 느낌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다음 날 바로 촬영이 있어서 스티커를 떼지 않고 잠들었는데 스티커 알러지가 생겨 다음 날 피부가 뒤집어졌다. 그래서 스티커를 제거할 때 남들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곤 했다”고 말했다.

증량, 전신타투로 뒤덮은 그는 적나라한 둔부 노출은 물론 전면도 주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노출연기를 선보였다. 서인국은 “촬영 전에는 걱정을 하긴 했지만 전면은 분장으로 가렸고 타투가 얇은 타이즈를 입은 느낌이라 생각보다 덜 부끄러웠다”고 했다. 대다수 배우들이 노출 연기 전 운동으로 근육을 세공하지만 “엉덩이 근육을 키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극 중 종두는 ‘악의 축’ 그 자체다. 사람의 귀를 물어뜯고, 시신 앞에서 소변을 보며 만족해 한다. 웬만한 고어물 못지않은 잔혹함이다. “촬영할 때는 상대 배우가 실리콘으로 만든 귀를 붙인 채 찍었기 때문에 화면처럼 잔인하지 않았다. 평소 사람을 죽이거나 사지를 뜯는 게 판타지였는데 직접 해보니 오히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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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두의 목이 날아가는 죽음신은 얼굴 전면에 테이프를, 목에는 실리콘 살 껍데기를 붙인 뒤 촬영했다. 서인국은 “토론토 영화제에서 처음 그 장면을 확인했다”며 “놀라긴 했지만 현지에서 종두 역의 서인국이라고 했을 때 환호받는 느낌 만큼은 최고였다”고 만족해했다.

그간 로맨틱코미디에서 소년같은 감성을 표현하거나 정의의 사도로 임했던 그는 왜 이렇게까지 악역을 추구했을까. “예전부터 파괴적인 장르에 대한 갈망이 컸다. 소속사 대표님이 ‘네가 어설프면 극 속에서 묻혀버린다’고 조언했을 때 ‘자신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건 지금쯤이면 나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무엇보다 평소 콤플렉스였던 삼백안을 원없이 드러냈다며 웃었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1’ 우승자로 연예계에 입문한 서인국은 2012년 tvN ‘응답하라1997’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덧 연기 생활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시스템 안에서 노하우를 알게 됐고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진 걸 느낀다. 음악이 일상이라면 연기는 작품에 들어가는 통로가 다르다”며 “연기와 음악 모두 희한한 매력이 있어 놓지 못하겠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