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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한국 남자테니스 1년 선후배 사이의 ‘아름다운 동행’이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허리부상에서 회복해 2년 만에 ATP 투어 무대에 선 정현(26)과 권순우(25·당진시청)가 주인공이다.
둘은 3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센터코트에서 열린 2022 유진투자증권 ATP 투어 코리아오픈(총상금 123만7570달러) 복식 8강전(2라운드)에서 안드레 예란손(28·스웨덴)-벤 매클라클런(30·일본)을 2-1(7-6<7-4>, 2-6, 10-7)로 물리쳤다.
3세트 10점 타이브레이크 매치가 희비가 엇갈렸다. 9-7 매치포인트에서 정현이 백핸드로 포인트를 따내며 1시간38분 동안의 접전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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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랭킹은 권순우가 288위이지만, 최근 2년 동안 경기실적이 없는 정현은 랭킹이 없다. 예란손은 72위, 매클라클런은 83위다.
정현-권순우는 1일 낮 12시 센터코트에서 2번 시드인 니콜라스 바리엔토스(35·콜롬비아)-미겔 앙헬 레예스 바렐라(35·멕시코)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복식랭킹이 바리엔토스는 67위, 바렐라는 76위다. 둘 경기 뒤에는 남자단식 4강전이 이어진다.
다음은 경기 뒤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승리를 축하한다. 오늘 경기의 승리 소감 부탁한다.
=정현 “순우랑 2번째 경기라 첫날보다 호흡이 더 좋았다. 더 마음 편히 임했고, 다행히 더 좋은 결과가 났고 한 번 더 경기할 수 있어서 좋다.”
권순우 “대회 전 마음먹은 바로는 단식, 복식 상관 없이 주말까지 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현이 형 덕분에 목표를 이룰 수 있어서 고맙고 너무 좋다.”
-데니스 샤포발로프 선수가 이번 투어에서 각 선수에 대한 평가를 했다. 정현에게는 굉장히 훌륭한 선수이며 테니스는 당신을 원한다(Amazing, Tennis needs you) 라고 했고, 권순우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선수로서는 싫다(Nice guy, but I hate him as a player) 라고 했다. 그만큼 끈질기기 때문에 싫다고 얘기한 것으로 이해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현 “샤포발로프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선수인데, 그런 선수가 나에게 좋은 평가를 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 평가에 걸맞도록 노력하겠다.”
권순우 “평가만으로도 영광이다. 샤포발로프와 대전할 때마다 항상 접전이어서 그렇게 얘기한 것 같다. 이젠 그걸 넘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선수는 6년 만의 복식 호흡인데 4강까지 진출했다. 앞으로도 계속 복식 대회에 출전할 의향이 있는지?
=정현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순우랑 같이 할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그 전에 내가 순우랑 할 수 있는 랭킹을 좀 먼저 만들어 놔야 그런 기회가 더 자주 올 것 같다.”
권순우 “현이 형이 같이 해준다면 항상 감사하다. 나도 랭킹이 떨어지고 있지만, 둘이 같이 대회에 참가할 수만 있다면 매번 같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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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BTS 진이 카스퍼 루드 경기를 관전해서 화제다. 권순우 선수는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던데, 이번 주말에 유명인이 올 것 같은가?
=권순우 “잘 모르겠다. 일정을 알리는 분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
-정현 선수는 오랜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오늘 경기를 보니 서브 스탠스가 2018년 호주오픈 때보다 더 넓어졌더라. 그 때에는 핀포인트 서브에 가까웠는데 반해, 지금은 플랫폼 서브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특별한 변화의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부상 이전보다 체구도 많이 슬림해졌다. 그때는 다리 근육이 매우 커서 인상적이었는데 부상 방지를 위해 일부러 체형 변화를 꾀한 건지?
=정현 “허리 부상 이후로 무거운 웨이트훈련보다는 유연성에 집중하고 늘리는 운동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근육량이 줄고 늘리는 운동으로 인해 더 부드러워지더라. 서브는 몸에서 나오는 힘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편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오늘 기자회견에 샤포발로프 선수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와서 화제가 됐다. 특별히 정현 선수는 축구선수들과 인맥이 있던데 이번 대회 이전에 친구들로부터 응원을 받았나?
=정현 “내 복귀 경기 이전에 축구 선수 친구들이 먼저 경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연락을 하진 않았다. 어제 복귀전 끝나고서는 다들 서로 고생했다고 연락을 나눴다. 그래도 축구 선수들은 벌써 소속팀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얼굴을 보진 못했다.”
-그 축구 선수가 황희찬 선수인가?
=정현 “그렇다. 황희찬 선수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이 있다.”
-권순우 선수는 라켓에 범퍼를 두른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권순우 “사실 고등학교 선수 시절에는 그렇게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앤디 머리 선수와 같은 디자인 라켓인데 범퍼를 두르고 있는 것을 봤다. 나도 랭킹이 올라가거나 인터내셔널 계약이 되면 요청해봐야 하겠다 했는데 성적이 올라 그렇게 써보니 나에게 굉장히 잘 맞더라. 내 플레이 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라켓 구조다.”
-대회 현장에 직접 가보니 엄청난 인파가 몰렸더라. 홈 팬들 앞에서 경기에 임하는 감정은?
=정현 “‘26년 만에 (ATP 투어) 대회가 열린다’며 주변에서 ‘요즘 테니스 인기가 많다’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오늘은 평일인데도 관중석이 꽉 차서 정말 놀랍고 기뻤다. 그래도 아직 경기력이 좋지 않아 많은 팬분들께 실망을 드리게 될까봐 걱정했다. 아직도 그런 두 감정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권순우 “나도 해외투어 중에 한국에서 테니스가 붐이라고 얘기만 들었는데 직접 와서 경기를 하면서 실제로 보니 실감된다. 지난주 WTA 경기 때에도 많은 팬분들이 관전하시는 것을 보면서도 나도 비슷한 목표를 세웠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즐겁다.”
-마지막 10포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갔을 때 어느 포인트가 승부처였나?
=정현 “10포인트 타이브레이크는 한 포인트, 한 포인트가 다 중요하다. 권순우 선수는 실력이겠지만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타이브레이크 초반에 네트 맞고 들어갔고, 또 후반에도 네트를 맞고 들어가면서 상대 선수들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운이 내 쪽에 좀 더 있었던 것 같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