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는 양조위<YONHAP NO-2736>

양조위, 여전한 소년 미소<YONHAP NO-2738>

[스포츠서울 | 부산=조은별기자]“한국 배우 중 송강호와 전도연을 좋아한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영화를 촬영하고 싶다.”

K콘텐츠에서 세계적인 스타 양조위(량차오웨이)의 우수에 찬 눈빛을 볼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양조위는 6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부산경남방송(KNN)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바람을 밝혔다.

양조위는 전날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며 18년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방문했다. 레드카펫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나선 양조위에게 4500여 관객이 열광했다. 그는 “이런 성대한 행사에 참석한지 오래 돼 레드카펫에 올랐을 때 긴장하기도 했다”고 농을 쳤다.

양조위는 2004년 영화 ‘2046’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뒤 한동안 부산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한 만큼 환갑의 배우 기억 속 부산과 지금의 부산은 많이 달라졌다.

양조위는 “예전에는 좁은 길에 무대를 세웠다. 길을 걷다보면 팬들이 몰려와서 신발이 벗겨진 적도 있다. 그때부터 부산 팬들의 열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부산에 오니 도시 자체가 많이 발전했다. 높은 건물, 보행로도 생기고 바닷가도 예뻐졌다”며 격세지감을 드러냈다.

1982년 연속극 ‘천룡팔부-허죽전기’의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두루 거친 홍콩 영화계의 간판스타다. 왕가위로 대변되는 홍콩 영화의 최전성기를 함께 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동성서취’ ‘해피 투게더’ ‘암화’ ‘화양연화’ ‘무간도’ ‘2046’ 등 그가 직접 고른 자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는 ‘양조위의 화양연화’ 특별전이 마련된다.

양조위는 “다양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 각기 장르가 다른 작품을 골랐다”며 “왕가위 감독님과 많은 작품을 함께 해 ‘중경삼림’ 대신 유진위 감독의 ‘동성서취’를 택했다. 대만에서 촬영한 영화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끝내 찾지 못해 6편만 골랐다”고 작품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그는 오랜 한국 팬들에게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색,계’, ‘무간도’ 등을 통해 우아하지만 쓸쓸한 중년의 눈빛 연기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MZ세대들에게는 마블 시리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로 새로운 이미지를 안기기도 했다.

양조위는 “배우라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데 나는 아쉽게 악역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연쇄살인마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데 무섭기도 하다”며 웃었다.

또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내게도 많은 것을 알리지 않은 채 촬영에 임했다. 비밀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감독의 진심을 느껴 믿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통해 할리우드에 본격 진출한 그는 “더 많은 글로벌 관객에게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 좋은 경험이라고 여겼다”며 “10년 전만 해도 내가 아버지 역할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연기 인생 전반 20년이 배움의 과정이라면 후반 20년은 배우는 것을 발휘하는 단계다. 지금은 연기를 즐기고 있다. 예전에 소화할 수 없던 역할도 나이가 들어 도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년 간의 팬데믹 기간 호주와 상하이 등지에서 촬영하며 운좋게 봉쇄를 이겨냈다는 양조위는 차기작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드라마로 데뷔했기 때문에 다시 드라마를 찍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했다. 또 내가 드라마를 찍던 시기 팬들이 적지 않은데 그분들이 내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습을 궁금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OTT를 타고 K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만큼 한국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 양조위는 “언어만 해결할 수 있다면 언제든 도전할 마음이 있다”며 “영화 ‘코다’처럼 말을 하지 못하는 설정으로 언어문제를 극복한다면 출연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간담회라기보다 마치 열띤 팬미팅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숨겨진 양조위의 팬을 자처한 기자들이 그에게 질문하기 위해 두손을 들거나 방방 뛰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의 사회자로 나선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마지막 질문자는 양조위가 선택해야 내가 욕을 먹지 않을 것 같다”는 말로 이날 기자간담회의 분위기를 압축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