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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배우 권상우(46)의 장기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통했다.
이제 권상우와 코미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위기의 X’(김정훈 감독)는 그런 권상우의 강점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그의 대표작이 된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권상우표 코미디가 통한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 배경에는 은퇴까지 불사하고 망가짐을 자처할 정도로 코미디 장르에 대한 권상우의 깊은 애정이 있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권상우는 “안 웃기면 은퇴한다고 말한 이유는 그만큼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내게는 ‘위기의 X’가 ‘오징어 게임’이다”라고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위기의 X’에서 권상우는 주식 폭락에 집값 폭등, 권고 사직까지 맞은 ‘a저씨’(해당 드라마에서 아저씨를 지칭하는 표현) 윤대욱으로 분해 실감나는 현실 연기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얻었다. 특히 발기부전, 원형탈모 등 중년 남성이라면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요소를 재치있으면서 공감 가득하게 녹였다. “‘권상우가 이렇게 연기 잘했나’라는 말을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들었다. 이런 반응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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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 대표 몸짱 스타인 그가 이토록 지질하고 짠내나는 아저씨를 연기하는데 부담도 있을 만 하다. 하지만 권상우는 출연을 결정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발기부전, 원형탈모란 소재 때문에 주저해 이렇게 좋은 시나리오를 놓친다는 건 배우로서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했다”며 “물론 나는 (탈모·발기부전) 다 반대다”라며 너스레를 떨어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실제로 배우인 아내 손태영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권상우는 40대 중년 가장인 윤대욱에 대해 “지금 나이에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 역시 극중 인물에 많이 공감했다며 “‘다 내 얘기다’ ‘누가 내 얘기 썼냐’ 등 공감의 댓글이 많더라. ‘이렇게 재밌는 드라마 처음 봤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 말들이 힘이 됐다”고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마음은 아직 아저씨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아버지 권상우로서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아들 룩희(13)를 언급하며 “미국에 있는데 방학에 들어왔을 때 자기는 ‘극한직업’보다 내가 출연한 ‘히트맨’이 훨씬 재밌다고 하더라. 감동적이고 고맙고 힘이 되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또 아내 손태영에 대해선 “작품 피드백을 서로 잘 안한다. 그런데 ‘위기의 X’를 보고 많이 공감하겠다고 하더라. 굉장히 큰 칭찬이다”라며 미소지었다.
‘위기의 X’는 권상우의 OTT 첫 작품이기도 하다. 촬영 현장을 되뇐 그는 “신명나게 놀았다”고 표현했다. 그 이유에 대해 “촬영이 끝난 다음날부터 시즌2를 다같이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며 “배우들 모두 스케줄 정리가 된다면 시즌2를 꼭 같이 하고 싶다”고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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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웃기면 은퇴한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던 이유는 제작진과 동료 배우에 대한 신뢰 덕분이기도 하다. 김정훈 감독과 배우 성동일과는 영화 ‘탐정’ 시리즈에 이어 다시 만났다. 성동일에 대해 “동일이 형과는 어떤 신을 찍어도 재밌게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애정을 보였다.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임세미에 대해선 “첫인상을 보고 예쁘고 맑은 배우란 생각이 들었다. 성격도 털털해서 나도 더 편하게 대했다”며 “앞으로도 세미에게 섭외 러브콜이 많이 올 거 같다. 기분이 좋다.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생에 가속과 감속이 필요하다.” 윤대욱의 마지막회 대사다. 권상우도 가속할 때와 감속할 때를 아는 배우다. “다시 20대로 돌아가겠냐 하면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다.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다”면서도 “앞으로 배우 활동에 대해선 더 고민을 많이 하고 더 열심히 하는데 남은 에너지를 쓰고 싶다. 지금 열정이 넘쳐서 앞으로 배우 활동이 더 기대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웨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