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
지난 2006년 울산 현대 이호의 모습.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17년 세월의 흔적을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는 베테랑 미드필더 이호(38·울산 현대)가 K리그 은퇴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

이호는 울산 현대 ‘홍명보호’가 올해 2022시즌 17년 만에 K리그 별을 다는 데 숨은 조력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003년 만 19세 나이에 울산에서 데뷔한 그는 2005년 팀이 K리그 두 번째 별을 달았을 때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로 살림꾼 구실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적을 옮기며 유럽에 진출했다.

이후 성남 일화와 알 아인(UAE), 오미야 아르디자(일본)를 거친 이호는 2011년 울산에 복귀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제외하고 2014년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으면서 리그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울산에서만 통산 161경기 5골 8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키 183cm, 몸무게 76kg인 이호는 폭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거침없는 수비력으로 ‘철퇴 축구’로 불린 울산의 중심 구실을 했다.

프로축구 2005 삼성하우젠컵 광주상무-울산현대

프로축구 2003 삼성하우젠 K리그 울산현대-전남드래곤즈

홍 감독은 선수 은퇴 이후 2006 독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를 지낼 때 이호를 지근거리에서 지도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울산 새 수장으로 부임할 때 이호를 플레잉코치로 데려왔다. ‘원팀’을 내세우며 선수단과 코치진의 가교 구실을 맡겼다. 이호는 내심 선수로 뛰며 울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랐는데, 홍 감독은 그보다 코치로 역할을 더 주문했다. 이호는 수장의 뜻을 받아들였다.

원조 푸른 호랑이의 피가 흐르는 이호는 선수단의 맏형 역할은 물론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며 희생해왔다.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올해 울산이 기어코 우승 꿈을 이루는 데 조력자 노릇을 한 것이다. 그는 울산 소속으로 유일하게 정규리그 우승을 두 번 경험하게 됐다. 울산 프런트 사이에서 “이호는 우승 기운을 품고 다니는 것 같다”고 반겼다. 실제 이호는 울산 외에도 2013년 상주(상무) 소속으로 K리그2 우승, 2015년 전북 소속으로 K리그1 우승을 경험하는 등 유독 ‘챔피언 트로피’와 연이 많다.

이호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호의 남은 바람은 푸른 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은퇴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그는 현재 여러 미래를 그리고 있다. 울산 내에서는 이호에게 유스 지도자 등 구단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또 다른 직책도 제안한 상태다. 팀의 리빙 레전드로 대우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호도 울산에서 다시 우승 꿈을 이룬 만큼 현역 은퇴를 고심하고 있다. 홍 감독은 23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시즌 최종전에서 이호를 출전 명단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우승을 확정했지만 홍 감독은 홈 팬 앞에서는 시즌 마지막이자 ‘우승 대관식’으로 치르는 경기인 만큼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다. 기존처럼 최상의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다만 경기 상황에 따라 이호는 물론, 올 시즌 묵묵히 조연 구실을 한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 등에게 후반 교체 출전 기회를 주는 그림도 구상 중이다. 시나리오대로 이뤄지면 울산은 어느 때보다 ‘해피엔딩’을 장식할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