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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아산=김동영기자] 아산 우리은행이 최하위 부천 하나원큐를 만나 ‘몸 풀 듯’ 대승을 거뒀다. 전력차가 컸기에 오롯이 모든 힘을 쏟지도 않은 모양새. 무엇보다 아직 ‘발톱’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는 점이 더 무섭다. 위성우(51) 감독이 일단 맡겨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16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최종전 하나원큐와 경기에서 75-50의 대승을 거뒀다. 1쿼터부터 우위에 섰고, 시종 리드한 끝에 대승을 완성했다. 젊은 선수들이 대거 나선 하나원큐는 노련한 우리은행을 넘어설 수 없었다.
직전 경기였던 12일 삼성생명전에서 74-85로 졌다. 충격적인 완패.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박혜진은 “안 좋은 모습이 그날 다 나왔다.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위 감독도 “하지 말자고 했던 것이 줄줄이 나왔다. ‘이런 날도 있구나’ 싶더라.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대승을 따내며 바로 분위기를 바꿨다.
전반적으로 위 감독은 이날 선수들이 자유롭게 뛰도록 했다.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다. 딱히 그럴 이유도 없었다. 선수들이 ‘알아서’ 잘했기 때문이다. 나윤정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에게 외곽슛을 더 많이 쏘라는 주문을 한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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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최고의 가드와 포워드로 꼽히는 박혜진과 김단비가 함께 뛴다. 노련미가 돋보인다. 박지현이라는 또 다른 최정상급 가드도 있다. 이 3명이 번갈아가며 2대2 플레이를 펼쳤다. 넣어줄 때 넣어주고, 뺄 때 뺀다. 밖에서는 나윤정이 힘을 냈고, 최이샘이 안팎을 가리지 않는 활약을 더했다.
경기 후 위 감독은 “자유롭게 공격하라고 한다. 선수들이 뛰면서 조직력을 채운다. 아직 연습은 더 필요하다. (김)단비가 아직 받아먹는 타이밍을 모르고, 주는 타이밍도 잘 모른다. 신한은행 때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엇박자가 있다. 절대적인 훈련 시간이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맡겨두고 있다”고 짚었다.
패턴이나 모션 오펜스 쪽은 생각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러자 “패턴 자체는 준비를 많이 했는데, 적게 쓰면서 하려고 한다. 너무 거기 맞추는 경향이 있다. 많이 준비하면 그만큼 옵션이 많이 생기지만, 거기만 집중하면 통하지 않았을 때 다음 플레이가 잘 안 된다. 선수들이 노련미로 커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션 오펜스도 좋은데, 그러려면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일부러 줄이는 것도 있다. 상대가 잘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차피 연습이 안 되면 후속 동족이 원활하지 못하다. 단비나 (박)혜진이 정도가 가능하다. 적재적소에 잘 응용해야 한다. 이쪽이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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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감독의 말처럼 선수들이 노련미로 잘 대응하고 있다. 박혜진은 경기 후 “우리가 노련미가 있으니까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맞출 수 있다. 단비 언니가 우리 팀에 왔는데, 내가 안일하게 생각했다. 언니는 좋은 선수들과 마음 편하게 뛰고 싶어서 왔는데, 나는 언니를 돋보이게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니에게 몰아주니까 부담이 된 것 같다. 내가 깨우쳤다. 언니를 편하게 해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테랑도, 국가대표도 즐비하다.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손발이 안 맞는다고 하지만, 또 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아직까지는 위 감독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위 감독은 훈련량이 많고, 지독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령탑이다. 상대에 따른 맞춤 전략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아직은 세밀한 지시가 나가지 않고 있다.
점점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1라운드가 끝났다. 탐색전 종료인 셈이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기에 서로 잘 맞춰서 갈 수 있지만, 결국 벤치에서 조율할 필요가 있다. 4승 1패로 공동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미 잘하고 있다. 그러나 위 감독과 우리은행의 농구는 지금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raining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