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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주인공 하상수 역을 연기한 배우 유연석. 제공 | 킹콩by 스타쉽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사랑이란 무엇일까. 인류 역사상 가장 풀기 힘든 난제 중 하나다. 그래서 요즘 세대는 사랑을 이해(理解)하기보다 이해(貽害)로 여기며 득실을 따진다. 어차피 풀기 힘든 문제라며 실리를 추구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배우 유연석이 ‘사랑의 이해(貽害)와 이해(理解)’사이에 놓인 남자로 분해 다시금 이 난제에 물음표를 썼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반듯하고 정중한 은행원 하상수 역을 연기한 그는 시청자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드라마 최종회 시청률이 3.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 그쳤음에도 질문의 파동은 제법 거셌다.

드라마 종영 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은 “나도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 정의가 안되는 게 사랑 아닐까”라고 미소지었다.

“드라마를 하면서 사랑이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사랑의 고구마’ ,‘사랑의 노이해’라는 말이 돌곤 하는데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 아닐까. 사랑 앞에 고구마 1000개 먹은 듯한 답답함이 함께 드라마를 즐기는 친구들, 직장 동료들 사이로 전파돼 다들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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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주인공 하상수 역을 연기한 배우 유연석. 제공 | 킹콩by 스타쉽

하상수가 일하는 은행은 사랑의 ‘이해득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통장의 잔고와 상환능력 등 사람을 수치화 해 돈을 빌려준다. 돈을 다루는 공간이지만 직원들도 계급과 계층으로 어떤 돈을 다룰지 나뉜다. 대졸 공채 직원은 서민들이 일생에서 가장 큰 돈을 빌리는 주택 대출부터 기업대출까지 큰돈을 만지지만 고졸 출신 서비스 직군은 통장 입출금 처리, 신용카드 판매 등 비교적 작은 돈을 담당하며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진다.

대졸 공채로 은행에 입사한 상수는 입사 선배인 영포점 고졸 서비스 직군 직원 안수영(문가영 분)에게 차근차근 일을 배우며 연모의 감정을 차곡차곡 저축한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수영에게 반한 상수의 데이트 신청으로 포문을 연다.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던 두 사람은 시재가 맞지 않아 퇴근이 늦어진 상수가 데이트 장소 앞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수영이 목격하며 어긋나게 된다.

“나도 상수가 수영의 어떤 면에 반했는지 모르겠다. 첫 대본에 그렇게 나왔으니까.(웃음) 그런데 내 입장에서도 상수가 답답하다. 늦었으면 빨리 데이트 장소로 가야지. 시재도 그냥 내 돈으로 메꾸고 갔어야지. (일동 폭소) 그게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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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한 장면. 제공 | JTBC

상수의 망설임을 읽은 수영은 잔인할 정도로 단호하게 그를 끊어냈다. 그럼에도 상수는 수영에 대한 마음을 거두지 못했다. 부와 탄탄한 미래까지 모든 조건이 갖춰진 대학 후배이자 같은 직장 동료 박미경(금새록 분)의 거센 대시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건 자신의 망설임에 대한 일종의 자책이다.

“모든 일이 상수의 망설임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경에게 충실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속물적인 마음으로 만나지만 결국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드라마 속 상황들이 이해 안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드라마에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은 미경도 부족함이 있고 부족해 보이는 수영은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극중 인물들이) 온전한 행동과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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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한장면. 제공 | JTBC

따지고 보면 사랑의 속성이 그렇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매력을 더하며 타인이 보기에 올바른 선택지가 아님에도 끌리는 것. 그게 사랑의 신비함이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0년차를 맞은 유연석은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와 ‘미스터 션샤인’(2018), ‘슬기로운 의사생활’(2021), 그리고 ‘사랑의 이해’로 멜로 황태자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올드보이’나 ‘건축학개론’(2012), ‘늑대소년’(2012) 등 강렬한 악역을 보여줬던 초창기 작품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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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주인공 하상수 역을 연기한 배우 유연석. 제공 | 킹콩by 스타쉽

“나도 아픈 사랑을 해봤기에 멜로물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모두가 그렇듯 늘 행복하고 기쁜 연애만 한 건 아니다. 실제로 사랑과 조건 중 뭐가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둘 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시청자들이 우리 드라마를 신선하다 여기고 공감한 것도 이런 현실적인 부분 때문이다.”

차기작은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영화 ‘멍뭉이’와 하반기 공개 예정인 웹툰 원작 드라마 ‘운수오진 날’이다. ‘멍뭉이’에서는 반려견 입양자를 찾는 집사를, ‘운수오진 날’에서는 연쇄살인마로 분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유연석은 “늘 전에 안했던 장르, 새로운 인물에 도전하려 한다. 도망가지 않고 계속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