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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주인공 고아인 역을 열연한 배우 이보영. 제공 | 제이와이드컴퍼니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나는 고아인과는 다른 사람이다.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고아인의 모습을 보며 이런 게 사회생활인가 싶었다.”

화제 속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유리천장을 깬 여주인공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은 “고아인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연기한 고아인은 흙수저에 지방대 출신이지만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대기업 최초로 여성 임원(제작본부장) 자리에 앉는 인물이다. 똑 부러지는 업무처리 능력, 상사나 재벌 3세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말싸움 실력, 철저한 자기관리로 가꾼 아름다운 외모까지…고아인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캐릭터지만 실상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사람이기도 하다.

이보영은 빼어난 연기력으로 극 중 고아인 캐릭터를 한층 빛나게 했다. 연기자가 되기 전 아나운서를 준비했던 그의 또렷한 발음은 고아인이 수백억대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거나 차기 대표 경쟁자인 최창수(조성하 분) 기획본부장, 혹은 재벌 3세인 강한나(손나은 분) 상무나 강한수(조복래 분) 부사장과 언쟁을 벌일 때 더욱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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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대행사’의 한장면. 제공 |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정작 이보영 자신은 고아인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는 “대본이 재미있어서 작품을 택했고 촬영현장도 즐거웠지만 촬영을 하면 할수록 고아인처럼 중요한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인의 대사를 보면 ‘시원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나? 이런 사람 옆에 있으면 피곤하겠다 싶었다.(웃음) 나도 아인처럼 똑똑하게 말을 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어떻게 하면 더 못되게 보일까 고민하곤 했다.(일동 폭소) 아인이의 독설이 너무 미웠지만 그가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포커싱을 맞추며 연기했다.”

극 중 고아인은 VC그룹 창업주인 왕회장(전국환 분)의 눈에 들 정도로 업무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임원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또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술과 약에 의존하곤 한다. 불안에 시달리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부 연예계 톱스타들을 연상케 하지만 이 역시 이보영 자신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아인이 술을 마시고 약을 먹는 모습을 찍을 때마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만 했다. 실제로 그 장면을 촬영할 때는 나 자신도 아프고 외롭고 열이 나곤 했다. 북적이는 회사에 있다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에 들어올 때 외로운 감정이 처절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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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대행사’의 한장면. 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그는 ‘대행사’를 촬영하며 회사생활이 이런 곳이구나 새삼 놀랐다고도 했다. 그는 “회사가 이렇게 정치하는 곳인지 몰랐다. 승진하려면 이렇게까지 ‘라인’을 타야하는 것이냐고 PD님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회사라는 곳이 때가 되면 승진하는 곳인 줄 알았다. 연기자가 아니라 회사 생활을 했다면 진작 꺾였을 것 같다. 다만 아인이가 후배 카피라이터에게 ‘계속 써보라’고 조언하듯 초창기에는 버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고아인처럼 ‘믿고 보는’ 연기자로 추앙받는 이보영이지만 그 자신도 ‘버티던’ 미생 시절이 있었다. 신인 시절, 연기를 못해 욕 먹고, 그로 인해 촬영이 지연되고, 전반적인 현장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상황이 반복되곤 했다. 결국 현장이 무서워지면서 “연기는 내 길이 아닌가”싶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이보영을 잡아준 건 지금의 남편인 동료 배우 지성과 KBS2 드라마 ‘적도의 남자’(2012)였다. 이보영은 “극 중 아인에게 유정석(장현성 분)같은 멘토가 있듯 나도 남편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고 의지한다. 같은 업계에 몸담고 있는 가장 친한 친구니 내가 고민을 토로하면 ‘척’하곤 알아듣곤 한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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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주인공 고아인 역을 열연한 배우 이보영. 제공 | 제이와이드컴퍼

이보영을 비롯해 엄태웅, 이준혁의 열연이 빛난 ‘적도의 남자’는 연기자 이보영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작품이다. 이보영은 “처음으로 현장에서 내가 얘기하는 캐릭터에 귀 기울이며 소통한 작품”이라며 “‘적도의 남자’ 이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데 재미를 붙였다. 내가 만든 캐릭터를 대중이 좋아해주시니 점점 신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보영은 ‘적도의 남자’ 이후 드라마 KBS2 ‘내딸 서영이’(2013),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tvN ‘마더’(2018), ‘마인’(2021) 등 출연작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견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40대 기혼 여성이 단독 주연으로 나설만한 작품이 없다보니 다작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는 “그나마 지금은 여성서사 작품이 많아진 편이라 감사하다”고 했다. ‘대행사’를 마친 이보영은 차기작인 추적스릴러물 ‘하이드’ 촬영에 들어간다.

이보영은 “아인이가 잘 성장한 상태로 ‘대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이제 고아인을 보내주고 새 작품에 몰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