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포항=박준범기자] 포항 스틸러스 김승대(32)는 이례적으로 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승대는 2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9라운드 수원 삼성과 홈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어, 팀의 1-0 승리를 견인했다. 이로써 포항은 9경기에서 5승4무로 2위 자리를 꿰찼고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김승대는 전반 4분 수원 골키퍼 양형모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하프 발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4년 전 김기동 감독이 포항에 부임하고 첫 승을 거둔 수원전과 비슷했다. 날짜만 하루 당겨졌을 뿐, 9라운드에서 상대도 수원이고 비가 내리는 날씨까지 유사했다. 김 감독도 “그래서 승대를 선발로 내세웠다”고 밝힐 정도.

김승대는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 “홈에서 무조건 이기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감독님과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 최대한 재연해보자고 했는데 실현돼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그때와 달랐던 점은 세리머니다. 김승대는 벤치로 달려가지 않고 공을 유니폼 안으로 집어 넣는 세리머니를 했다. 둘째 출산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6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김승대는 “연년생으로 둘째가 나온다. 첫째 때 골 넣고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 이번엔 와이프한테 세리머니하겠다고 약속했고, 생각이 나서 했다. 첫째에게는 미안하지만 둘째에게는 (세리머니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족이 생긴 뒤 김승대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김 감독도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김승대는 올시즌 포항의 주장이다. 김승대는 “아빠라는 단어가 처음엔 몰랐는데 책임감이 자동으로 생기게 한다. 와이프와 딸을 보면 그렇다. 부담보다는 책임감이 든다.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고 인정했다.

김승대는 김 감독에게 가장 많은 욕을 듣는다고 한다. 김승대는 “사실 왜 욕 먹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주장이라서 그런 것 같다. 주변에서 다들 나를 다독거려 준다”라고 웃은 뒤 “골키퍼가 실수해도 내가 욕 먹는다. 감독님께서 부르시면 준비하고 간다. 나를 다독여주기 위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수위가 세다. 항상 들으면서 (김)준호를 바라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올해는 포항 창단 50주년이다. 더욱이 정확히 10년전인 2013년에는 포항이 더블을 달성한 해이기도 하다. 그 당시 김승대는 신인이었다. 그는 “사실 첫 경기 때만 해도 이렇게 무패와 상위권에 있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올해 50주년이고 뭘 해야하는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 10년마다 일을 내는 것 같다. 2013년 기운이 오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 기운도 우리를 도와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일을 내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기운을 믿다보면 용기가 생기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여전히 무패다. 1라운드 로빈 무패까지도 2경기만 남았다. 다음 상대는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다. 인천엔 지난시즌까지 주장을 맡았던 신진호가 있다. 김승대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뛰고 있다고 생각한다. 2경기 무패 이어나가지 못하면 아쉬울 것 같다. 이왕 일을 낼 거면 큰 일을 내보자는 이야기를 한다. 1라운드 로빈에 패하지 않는다면, 2라운드 때부터는 우리를 쉽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이명주, 신진호와 좋은 추억이 있지만 그걸 공유할 사이는 지금 아니다. 누가 옳은 선택을 했고 옳은지를 보여줘야 한다. 존중과 존경은 있지만 다른 선수들도 죽기살기로 하지 않을까 한다. (선수들에게) 앰뷸런스 탈 때까지 뛰라고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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