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방치하면 선수 앞날을 망칠 수 있으니까요.”
두산 이승엽(47) 감독이 김유성(21)을 1군에 불렀다. 최근 학폭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았고, 걸림돌이 없어졌다고 판단했다.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기용할 때라는 생각은 확고해 보인다.
이승엽 감독은 25일 “김유성을 1군에 불렀다. 당장 등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도 던지는 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퓨처스에서 가장 좋다는 보고가 왔다.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오늘은 못 보게 됐다. 내일(26일) 불펜피칭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퓨처스에서 좋았다. 그러나 1군은 차이가 있다. 압박감이 다르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본인의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가능할지 봐야 한다. 레벨 차이도 있다. 경기에 나가지 않아도, 벤치에서 지켜보면서 1군 선수들의 움직임을 직접 보는 것도 공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성은 중학교 시절 후배에게 폭력을 가하면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2021년 NC가 1차 지명으로 김유성을 뽑았지만, 비판 여론이 거셌다. 결국 NC는 지명을 철회했다. 애꿎은 지명권만 날아가고 말았다.
이후 고려대로 진학했고, 1년 출전정지 징계를 소화했다. 징계가 끝난 후 실전에도 나섰다. 2022년 13경기 47.1이닝, 5승 3패 63탈삼진,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 지원했고, 두산이 2라운드에서 김유성의 이름을 불렀다. 놀라운 선택이었다.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비판이 쏟아졌지만, 두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이승엽 감독이 부임했다. 취임식 자리에서 “진심으로 김유성이 피해자 분들께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화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화해가 이뤄졌다. 지난 21일 김유성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았다. 이승엽 감독과 두산 입장에서는 김유성을 쓸 수 있는 확실한 조건이 충족됐다. 바로 1군에 부른 이유다.
이승엽 감독은 “취임식 때도 말했지만, 1군에서 뛰는 전제조건은 피해자와 관계를 완벽히 정리하는 것이다. 욕심은 났다. 기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피해자와 원만하게 해결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선수라면 써야 한다. 그 타이밍이다”고 설명했다.
시작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기는 쉽지 않다.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은 것과 대중의 시선은 별개다. 여전히 싸늘하다. 김유성이 감수해야 하고, 두산과 이승엽 감독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일단 결정은 했다. 남은 것은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승엽 감독은 “팀에 부상도 있고 해서 김유성의 상태를 보려고 했다. 불펜에 자리가 나거나, 선발진에 휴식이 필요하거나 부상이 온다면, 그 자리에서 뛸 수 있는 선수다. 그 역할을 해줘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또한 “이제 야구를 해야 할 타이밍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김유성이 좋은 사람이 되고,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구위가 좋고, 능력이 된다면 쓸 생각이다. 팀 내에 상태가 안 좋은 선수가 좀 있다. 안 된다고 하면 김유성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 선발진은 라울 알칸타라, 최원준, 곽빈, 최승용, 김동주가 나서고 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 2.86으로 리그 2위다. 잘 돌아가고 있다. 딜런 파일도 복귀를 위한 잰걸음을 딛는 중이다.
단, 최승용은 들쑥날쑥한 감이 있고, 김동주 또한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한 번 쉬어가야 한다면, 그 자리에 김유성이 투입될 수 있다. 김유성은 퓨처스에서 선발로만 3경기에 나서 1승, 평균자책점 2.77을 만들었다.
1군에서 불펜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불펜 평균자책점이 4.82다. 리그 8위. 홍건희, 정철원, 박치국, 최지강 등이 활약하고 있지만, 다른 쪽이 살짝 아쉽다. 현실적으로 김유성이 1군에 등록된다면 불펜으로 시작할 가능성도 꽤 높아 보인다.
이승엽 감독은 보직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대체 선발로 갈 수도 있고, 불펜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아직은 모른다.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김유성이 어느 시점에서 1군에 등록되고, 마운드까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