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부담이 없을 수는 없죠.”
삼성의 ‘뉴 클로저’ 좌완 이승현(21)이 시즌 첫 세이브르 따냈다. 무려 오승환(41)의 다음 투수로 나와 승리를 지켰다. 그래서 더 특별했다. 진짜 마무리 투수가 됐다.
이승현은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경기에서 팀이 1-0으로 앞선 8회초 등판해 1.1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세이브를 따냈다.
이날 삼성은 1-0으로 승리하며 4연패를 끊었다.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이 6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고, 구자욱이 선제 결승 솔로 홈런을 쐈다. 이승현이 이 1점을 지켰다.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8회 오승환이 올라와 0.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볼넷을 준 이후 도루 저지로 주자가 아웃됐고, 다시 볼넷을 줬다. 삼성은 2사 1루에서 이승현을 올렸다.
오승환에게 오롯이 1이닝을 맡기지 않는 것도 놀랍다. 그리고 그 뒤를 이승현이 이어받은 것도 생소하다면 생소한 일이다. 반대 케이스는 무수히 많았다.
이승현이 ‘마무리투수’라는 것이 확인된 순간이다. 이승현은 김재환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9회에는 2사 후 연속 안타를 맞아 위기에 몰렸으나 이유찬에게 땅볼을 유도해 경기를 끝냈다. 호수비 덕도 봤다. 선두타자 양석환의 좌중간 장타성 타구에 김성윤이 전력으로 붙어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경기 후 이승현은 “개인적으로 두 번째 세이브다. 작년에는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올라가서 세이브를 했다. 올해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고, 알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오승환 뒤에 나선 부분에 대해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부담이 된다. 어릴 때부터 오승환 선배님을 보면서 야구를 했다. 시민구장에서 선배님 던지는 것을 봤다. 그래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짚었다.
이어 “오승환 선배님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잊어야 할 경기와 잊지 말아야 할 경기를 말해주셨다. 오늘 경기는 어쨌든 이겼기 때문에 기억을 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내용을 생각하면 다음에 또 영향이 간다”고 설명했다.
오승환도 ‘대인배’다. 스프링캠프 당시 “나이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나는 지고 싶지 않다. 후배들이 나를 넘어서면 된다”고 강조했다. 부진한 시즌이 됐고, 자신의 상징과 같은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다.
씁쓸할 법도 하지만, 후배에게 조언부터 건넸다. 이승현은 “확실히 경험이 많은 선배님이시다. 말씀하시는 것이 다르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오승환과 비슷한 성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게 차분하지는 않다. 속으로 흥분을 많이 한다. 겉으로 티를 안 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울러 이승현은 “현재 몸 상태나 구위는 80~90% 올라왔다. 처음에 마무리를 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해도 되나?’ 싶었다. 부담은 되지만, 항상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생각이 많은 편이다. 단순하게 가려고 한다. 항상 자신감을 갖고 던진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이라는 걸출한 마무리 투수의 자리를 이어받는 일이다.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선발감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일단 지금은 뒷문지기로 나선다. 부담을 안고도 첫 세이브를 따냈다. 그렇게 진짜 마무리 투수가 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