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마녀사냥’도 초반에는 반응이 없어 폐지하려고 할 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성+인물’에 대한 논의가 이토록 다각도로 제기된 건 아마도 6편이 한꺼번에 공개되는 플랫폼의 차이인 것 같다.”

공개 직후 성 착취 산업을 미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의 정효민·김인식 PD는 2일 오후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해명했다.

지난 달 25일 첫 공개된 ‘성+인물’은 미지의 세계인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다. 제작진은 “보편적인 관심사지만 나라와 문화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성’을 접점으로, 다른 나라만의 특별한 성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시즌1인 일본 편이 공개된 뒤 AV(Adult video의 준말, 실제 성행위 장면이 포함된 성인 영상물) 산업을 비롯, 성착취 산업을 미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에서 AV 제작 및 배포는 불법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합법이지만 전세계적으로는 인간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관련 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작 제작진은 비판의 근본적인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문제점1: 성착취산업 희화화 비판->플랫폼 차이로 인식

‘성+인물’은 JTBC ‘마녀사냥’(2013)을 통해 젊은이들의 성담론을 양성화한 정효민 PD의 신작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토크쇼였지만 선을 넘을 듯 말 듯 미묘한 재미를 안겼던 ‘마녀사냥’과 달리 ‘성+인물’은 성착취 산업 종사자를 인터뷰하는 과정의 ‘아이스 브레이킹’이 지나치게 관음적으로 묘사돼 시청자들에게 불쾌함을 안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 PD는 이같은 지적에 “‘마녀사냥’의 경우 청춘남녀들의 성담론이 사회에서는 수용되는데 정작 지상파나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에서는 다루지 못할 때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방송하고 두어달 정도는 반응이 없어 회사에서 폐지를 논할 때쯤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성+인론’ 일본편의 6부가 한꺼번에 공개된 게 논란을 가중시킨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드폼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다 인터뷰이들이 원치 않은 경우도 있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며 “추후 공개예정인 대만편까지 보게되면 보다 다양한 판단이 나오리라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시청자들의 불쾌함을 플랫폼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한 건 제작진의 오판이다. 제작진은 이날 인터뷰에서 방송 전 사전조사 당시 일본의 마이코(10대 견습 게이샤) 문화는 미성년자 성착취 문제가 있어 배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판단이 왜 다른 성착취 산업에는 적용되지 않았는지 의문을 낳는다. 제작진은 “시간을 돌려 다시 편집할 수 있다면 그대로 편집하겠냐?”라는 질문에 “그래도 그대로 보여주겠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시청자들과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양상이다.

◇문제점2. 굿리스너였던 신동엽에게는 죄송, 시청자에게는?

제작진은 인터뷰에서 일부 시청자들이 제기한 진행자 신동엽의 SBS ‘동물농장’ 하차 요구 등에 대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신동엽 씨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효민 PD는 “콘텐츠에 대한 책임이 출연자에게 넘어간 건 예외적인 경우라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동엽은 ‘굿리스너’로서 우리나라에서 불편하게 느끼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다. MC들을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신동엽에 대한 미안함과 별개로 시청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서는 당당했다. 제작진은 “일본 내 반응을 보니 ‘성+인물’의 이야기가 새삼스럽지 않은 것 같다. 홍콩은 한국과 시청순위가 비슷하다”고 신기함을 드러냈다.

재기발랄한 ‘마녀사냥’은 물론 시청자들을 힐링시킨 ‘효리네 민박1’ 등을 연출하며 신뢰를 쌓았던 제작진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답변이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