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타격은 정답이 없다. 그래서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도 슬럼프를 겪는다. 때로는 슬럼프가 몇 달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모두가 인정하는 한국 최고타자 키움 이정후(25)의 올시즌 초반이 그렇다.

이정후는 지난 9일 잠실 LG전까지 타율 0.222 OPS 0.671을 기록했다. 모두가 아는 이정후의 성적이 아니다. 이정후는 프로 첫 해인 2017시즌부터 매 시즌 타율 0.320 이상 OPS 0.810 이상을 올렸다. 2020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3년 동안 타율 0.347 OPS 0.959를 찍었다.

일찍이 고타율과 높은 출루율을 두루 자랑하는 타자였다. 프로 1년차부터 스윙궤적이 좋았고 선구안도 뛰어났다. 신인 타자가 베테랑 투수들이 던지는 다양한 유인구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후 장타율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무결점 타자로 올라서며 MVP를 수상했다. 오는 겨울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MLB) 진출 가능성이 높다.

슈퍼스타들은 마냥 슬럼프에 갇혀 있지 않는다. 흔들릴 때도 있지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이정후를 향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이정후의 반등을 확신한다.

고전하는 원인은 있다. 지난 겨울 타격 메커닉에 큰 폭의 변화를 줬다. 김하성이 그랬던 것처럼 보다 간결하면서도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활약했는데 페넌트레이스에서 페이스가 꺾였다.

선구안이 무너지고 타이밍이 늦는 모습이 복합적으로 나오고 있다. 멘탈까지 흔들리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1사 1루 번트까지 나왔다. 그래도 분명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홍 감독은 지난 9일 경기를 앞두고 “앞으로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지면 수치는 자연스럽게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본다. 현재 타구의 질은 괜찮다. 타구 속도 같은 것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타석에서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평소 배트가 나가지 않던 공에 배트가 나가고 헛스윙이 많아지기는 했다. 그래도 잘 헤쳐 나갈 것이다. 정후는 지금 큰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설 때 더 큰 선수가 된다. 그래서 MLB는 현재의 이정후를 주목하고 있다. 홍 감독이 말한 ‘헤쳐 나가는 과정’을 유심히 살핀다. 지난 9일 잠실구장에는 텍사스, 샌디에이고, 애리조나, 보스턴 MLB 4구단 스카우트가 이정후를 지켜봤다.

선수가 잘하는 모습만 기록하는 건 스카우트의 임무가 아니다. 선수가 어떻게 슬럼프와 부진에서 탈출하는지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그 대상이 이정후라면 특히 그렇다.

이정후는 지난 2월 WBC 대표팀 캠프 기간 매일 MLB 스카우트가 찾아오는 것을 두고 “에이전트한테 듣기로는 나에 대한 MLB의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한다. 아마 나를 보는 비중보다 대표팀 다른 선수들을 보는 비중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활약하고 있었다면 스카우트의 업무도 줄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가 나오고 있다. 빅리그 진출 후 이정후의 모습을 가늠하는 데 있어 WBC보다 지금이 더 적절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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