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다.”
LG ‘람보르미니’ 박해민(33)이 대타로 나서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때렸다. 살얼음판 리드를 넉넉한 우위로 바꿨다. 교체로 나가도 존재감은 여전하다. 전날 심판과 신경전이 있었지만, 전혀 문제는 없었다.
박해민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6회말 교체로 출전해 1안타 2타점을 생산했다. 중견수 자리에서도 안정감 넘치는 수비를 뽐냈다.
박해민을 앞세운 LG는 4-1의 승리를 거뒀다. 최근 4연승이다. 전날 1-1 무승부의 아쉬움도 털어냈다. 한화와 3연전 2승 1무 마무리다. 한 경기도 지지 않았다.
박해민은 1-0으로 앞선 6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앞에 오지환이 대타로 나서 볼넷을 골랐고, 두 번째 대타로 섰다. 펠릭스 페냐를 상대로 카운트 2-1에서 4구를 툭 밀어 쳐 좌전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1-0에서 3-0이 됐다. 한화가 8회초 1점을 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결승타의 주인공이 박해민이다. 최근 7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이어갔다.
경기 후 만난 박해민은 “뒤에 나가서 하나 쳐서 다행이다.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 지난 화요일(16일)부터 휴식 이야기가 나오더라. ‘언젠가는 쉬겠구나’ 했다. 오늘 라인업에 이름이 없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는 계속 나가고 싶다. 선수는 누구나 그렇지 않겠나. 좋은 투수가 나온다고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타격이 아니어도, 수비에서 투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든 나가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날 심판과 신경전이 있었다. 상황은 12회말 발생했다. 이닝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고, 정우람을 맞이했다. 초구 낮은 코스로 공이 들어왔다. 박해민은 볼이라 봤고,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박해민은 타석에서 벗어나 한참을 아쉬워했다. 다시 타석에 섰고, 2구를 때렸다. 잘맞은 타구였지만, 1루수 채은성의 점프 캐치에 걸렸다. 빠졌다면 최소 2루타. 박해민은 헬멧을 벗어 던지며 아쉬움을 표했다.
더그아웃에 들어가서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결국 탈이 났다. 권영철 주심이 LG 더그아웃 앞까지 와 박해민과 설전을 벌였다. 박해민도 지지 않았다. 주심이 “우리도 고생한다”고 했고, 박해민은 “누가 고생하지 않는다고 했나”며 받았다.
짧게 끝났지만,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박해민도 안다. “어쨌든 지나간 일이다. 나는 선수로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팬들에게 제일 죄송하다. 매진이 됐는데 그런 모습을 보였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우리 팀원들에도 미안하다. 다음 타자 (홍)창기가 안타를 치면서 끝내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는데, 나 때문에 맥이 끊겼다. 팬들과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설명을 더 했다. “상황은 끝난 것이었고, 더그아웃으로 내려온 상태였다. 돌아보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어제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짚었다.
또한 “내가 그렇게 선구안이 좋은 타자가 아니다. 웬만하면 ‘스트라이크구나’ 한다. 그 순간(초구)에는 낮다고 봤고, 볼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직선타로 잡히고 말았다. 빠졌다면 2루타, 3루타가 될 수 있었다. 승리의 발판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겹쳤다”고 부연했다.
어쨌든 지난 일이다. 털어내고 다음 경기에 나섰고, 귀중한 결승타를 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팬들과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강한 승부욕이 만든 일종의 해프닝이 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