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기자] “자신 있었죠. 평가를 깨는 재미가 있잖아요.”

시쳇말로 보통이 아니다. 19살의 멘탈이라 보기에는 너무 강력하다. ‘아기 호랑이’ KIA 윤영철(19)이 주인공이다.

윤영철은 올시즌 9경기에서 46.2이닝을 소화하며 3승 2패, 평균자책점 2.89를 찍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신인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2점대다.

6일 광주 SSG전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도 썼다. 7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호투를 뽐냈다. 데뷔 첫 7이닝 소화. 투구수는 단 99개였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자. 김서현(한화)과 함께 ‘빅2’라 했고, KIA가 품었다. 자연히 큰 기대를 모았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당당히 5선발 자리를 꿰찼다.

고졸 신인이 바로 1군에서 활약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시즌 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시속 130㎞대 속구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왔다.

이런 평가를 온몸으로 깨고 있다. 윤영철은 “나는 자신이 있었다. 주변에서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 그러나 그 평가를 깨는 재미가 또 있다. 내가 해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결과가 잘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시즌 초반 우천 취소가 나오면서 윤영철의 등판 순서가 밀렸고, 4월15일 고척 키움전에서 첫 등판을 치렀다. 3.2이닝 5실점. 출발은 좋지 못했다. 4월21일 광주 삼성전에서 두 번째 등판에 나섰고, 4.1이닝 2실점을 만들었다.

이후 ‘질주’하고 있다. 7경기에서 가장 못 던진 것이 5이닝 3실점일 정도다. KIA의 관리 속에 5이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6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이 한 번 있다.

김종국 감독은 “기본적인 운영 능력이 있다. 고교를 갓 졸업하고 프로에 온 선수 같지 않다. 운영이 되고, 커맨드가 안정적이다. 잘해주고 있다. 단, 1회 실점률, 피출루율이 좀 높다. 1회만 잘 넘기면 된다”고 짚었다.

6일 경기에서 7회까지 맡긴 부분에 대해 “이닝을 길게 던져 봐야 본인도 느끼는 것이 있다. ‘이 정도 투구수로, 이 정도 이닝이 된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100구 넘어서도 한 번씩 투구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구수도 좋았고, 7회까지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싶었다. 일요일 등판이 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잘 막아줬다. 일요일에 그대로 간다”고 부연했다.

1회 피안타율 0.368, 피OPS 0.994다. 시작이 좋지 못하다. 대신 2회는 피안타율 0.103에 피OPS 0.360이 된다. 6일 경기에서도 1회 만루에서 하재훈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이로 인해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윤영철은 “투수가 던지면서 안 맞을 수는 없다. 어차피 맞을 것이라면 일찍 맞는 쪽이 낫다. 1회 실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이닝을 많이 먹으려면, 투구수를 줄여야 한다.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개수를 줄여야 가능한 일이다. 어제는 제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초반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제구가 안 됐다. 그래서 속구 위주로 갔다. 그러면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7회에 등판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7회다’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똑같은 이닝이라고 생각했다. 다를 것 없었다. 선발투수가 길게 던져야 불펜도 부담을 덜 수 있지 않나. 선발은 던지면 며칠을 쉬지만, 불펜은 아니다. 긴 이닝이 필요한 이유다”고 강조했다.

스피드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6일에는 최고 시속 142까지 나왔다. 특별히 구단이 개입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 좋아질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일단 윤영철은 제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평소와 똑같이 던진다. 다만, 유리한 카운트가 되거나 주자가 없을 때 힘을 더 쓴다. 그러면서 스피드가 올라오지 않나 생각한다”며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