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41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 야구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1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람틴(홍콩)=황혜정기자]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은 세계 최강이다.

남자야구도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그 위용을 증명했지만, 여자야구에서는 그야말로 ‘넘사벽’(넘어설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일본 여자야구는 여자야구 세계랭킹 2위 대만과 260점가량 차이나는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순위는 일본, 대만에 이어 캐나다, 미국 순인데 대만부터 그 점수 차는 20점 내로 촘촘하다. 사실상 일본의 적수가 없다.

압도적인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대회 성적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대유행) 전까지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됐던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서도 일본 대표팀은 총 7회 출전해 5회 우승, 2회 준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2008년부터는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부터는 3회 연속 전승 우승이었다.

세계야구월드컵 출전권을 따내기 위한 대륙별 대회인 여자야구 아시안컵(BFA)이 홍콩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은 지난 26일 대한민국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러 10-0 콜드 게임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일본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나카시마 리사(37) 감독을 만나 비결을 물었다.

리사 감독은 일본 여자야구 전설이다. 2002년 일본 여자야구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래로 2008년부터 2014년 일본 여자야구가 세계야구월드컵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세계 최정상으로 우뚝 서는 데 공헌했다. 2016년부터 일본 대표팀 코치직을 맡았고, 2018년 호주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투수 코치를 거쳐, 2020년 일본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스포츠서울과 만난 리사 감독은 “지난 10년간 일본 여자야구는 점진적으로 성장했다. 20년 전 내가 고등학생일 무렵엔 일본에 여자 고등학교 야구부가 5개만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60개가 있다. 60곳으로 늘어나며 우리는 대회를 열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고등학교 여자 야구부에 부원이 20~25명 있다. 야구는 9명만 선발로 뛸 수 있기에 이들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한다. 이것이 일본이 최강팀이 된 비결 같다”고 덧붙였다.

60곳이나 되니 전국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2년 전인 2021년부턴 ‘여자야구 고시엔’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고시엔은 일본 프로야구팀인 한신 타이거즈 홈구장 이름으로 대회가 이곳에서 치러지는데 일본 전국 고교야구 대회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리사 감독은 여학생을 위한 고등학교 야구부가 5개에서 60개까지 늘어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인식의 변화’를 꼽았다. 리사 감독은 “일본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일본 남성들도 여성도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50년 전만 해도 여성이 ‘나도 야구를 할 거야’ 하면 ‘여자는 소프트볼이나 하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30년이 넘게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여자 선수들은 시속 110~120㎞ 공을 쉽게 던진다. 일본 여자야구의 ‘살아있는 역사’ 사토 아야미는 속구 최고 시속 126㎞를 뿌리기도 했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90~100㎞대 공을 던지는 데에 비해 월등한 속도다.

그렇지만 리사 감독은 “우리가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간 130㎞대 공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빠른 구속의 비결로 “체계적인 근력 운동을 통한 강한 근육”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리사 감독은 “야구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리팀이 언제나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여자야구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마라, 무서워하지 마라’라고 하고 싶다. 포기하는 순간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리사 감독은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의 발전에 대해 칭찬했다.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킨 건 처음봤다. 이들의 발전에 정말 기쁘다”고 했다. 또한 “실책없이 경기를 마친 것과 일본을 상대로 실점없이 이닝을 마친 것에 매우 큰 감명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지난달 26일 홍콩에서 열린 ‘2023년 아시안컵(BFA)’ 조별리그 1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0-10으로 졌지만 실책 하나 없이 싸웠다. 특히 3회 무사 1루에서 2루수(이지아)-유격수(박주아)-1루수(장윤서)로 이어지는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2사 주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끝내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대한민국 여자야구의 성장이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