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황혜정기자] 묻지도 않았는데 그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18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지난 18일은 미국의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이었다. 미국에선 매년 6월 셋째주 일요일에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들의 노고를 기린다. 1910년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마침 그의 생후 7개월 아들 댈러스가 오스틴의 아내 품에 안겨 잠실구장을 방문했다. 오스틴은 이날 ‘잠실 라이벌’ 두산베어스와 홈경기에서 2루타, 그라운드 홈런, 단타, 볼넷을 기록하며 4타수 3안타 3타점 원맨쇼를 펼쳤다.
팀이 15-3으로 대승한 것도 있지만, 오스틴은 ‘아버지의 날’에 아들 앞에서 대활약 해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무척 기쁘다. (오늘 선발 등판한 아담)플럿코와 내가 ‘아버지의 날’에 둘 다 잘해서 더 좋다. 또 라이벌 두산을 꺾고 한 주를 마쳤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오스틴은 이날 2회말 중전 2타점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했다. 장원준에 이어 구원 등판한 두산 이형범의 커터를 받아쳐 안타를 생산했는데, 이 타구가 중견수 정수빈 뒤로 빠졌다. 그러자 오스틴이 ‘폭주 기관차’처럼 뛰어 홈까지 쇄도했다. 시즌 2호이자, KBO리그 통산 92호, 개인 통산 1호 그라운드 홈런이었다.
오스틴은 당시 상황에 대해 “공이 빠지는 순간 홈까지 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라운드 홈런은 내 프로 인생에서 3번째인 것 같다. 당시 미국에서 기록한 한 그라운드 홈런은 홈에서 홈까지 들어오는 시간이 그 누구보다 빨랐다더라”고 말했다.
이날, 홈런·2루타·단타를 기록했기 때문에 3루타만 기록하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다. 오스틴은 “물론 욕심이 났다. 그렇지만 안 나오면 안 나오는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팀 성적이다. 우리팀이 오늘 이렇게 잘했기 때문에 거기에 만족한다”고 했다.
오스틴은 타율 0.317(252타수 80안타), 9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75을 기록하며 활약하고 있다. LG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오스틴은 고개를 저으며 “아직 그렇지 않다. 그러나 오지환, 김현수, 박동원 등 베테랑 선수들이 나를 잘 보살펴준다. 팀에 함께 녹아들길 바라면서 나를 잘 이끌어 준다. 그들 덕분에 ‘LG 외국인 타자 저주’ 같은 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이날 그라운드 홈런을 친 후에 격렬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내가 야구를 항상 열정적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열정은 내가 야구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LG에 와서 그 열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열정을 최대한 쏟아 팀을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힘을 내다 보니 그런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열정이 과해질 때도 있다. 지난 16일 두산전에서 투수 유영찬이 두산 양석환에게 사구를 기록하자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당시 오스틴은 그 누구보다 먼저 흥분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벤치 클리어링 때 팀을 지키려고 한다. 나는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게 감정적으로 보였을 수 있다. 오해 마시라”라며 “KBO리그의 벤치 클리어링 문화를 잘 몰라서 생긴 상황이다. 두산 선수단에게도 사과할테니 받아주면 좋겠다. 다음에는 조금 더 참아보겠다”라며 웃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