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KBO리그에서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던 기록 하나가 있었다. 최다 타점이다. 이승엽(46) 현 두산 감독이 보유한 1498타점. 어깨를 나란히 한 선수가 등장했다. KIA 최형우(40)다. 살짝 늦게 출발했는데, 최초 기록이 코앞이다.
최형우는 지난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전에서 1안타 1타점을 만들었다. 이 1타점이 상징적이다. 올시즌 37번째 타점이었고, 통산 1498번째 타점이었다.
역대로 1400타점을 넘긴 선수는 딱 4명이다. 이승엽 감독과 최형우, 이대호(1425타점)와 최정(1411타점)이다. 그리고 최형우가 역대 공동 1위가 됐다.
끝이 아니다. 아직도 KIA의 정규시즌은 85경기가 남았다. 최형우는 올시즌 58경기, 타율 0.308, 8홈런 37타점, OPS 0.900을 치고 있는 타자다. 팀 내 최고 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은 85경기에서 최형우가 전부 결장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0타점’으로 시즌을 마칠 확률도 마찬가지다. 즉, 최형우의 역대 단독 1위 등극은 떼놓은 당상이다. 1개만 더 만들면 된다. 나아가 2개를 더하면 누구도 하지 못했던 1500타점을 달성하게 된다.

이승엽 감독이 삼성에서 2017시즌을 마친 후 은퇴했을 때, 현역 선수 가운데 1000타점을 넘긴 선수도 별로 없었다. 당시 기준으로 2위였던 양준혁(1389타점)보다 100개 이상 많은 수치였다. 깨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
후보들은 있었다. 이대호를 말한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최정은 아직 거리가 제법 있다. 남은 한 명, 최형우가 깨기 일보 직전이다. 최근 2년간 살짝 부침은 있었지만, 올해 보란 듯이 살아나 불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왔다. 전주고 시절 강타자로 불렸고, 2002년 삼성이 지명했다. 처음부터 맹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다. 2005년까지 달랑 6경기에 뛴 것이 전부다. 포수로 입단했는데, 수비가 썩 좋지 못했다. 당시 삼성 안방은 진갑용이 굳건했고, 현재윤이 뒤를 받쳤다.
2005시즌 후 삼성에서 방출당했다. 독기가 올랐다. 야구와 인연을 끊기 위해 막노동까지 했다. 그러면서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살아났다. 창설된 경찰야구단에 입단했다. 포수를 놓고, 외야수로 전환했다. ‘신의 한 수’가 됐다. 완전히 달라졌다.
전역을 앞둔 시점에서 여러 구단이 영입 제안을 했다. 자신을 버린 삼성도 있었다. 최형우는 삼성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2008년부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19살에 프로에 왔는데, 25살이 돼서야 비로소 제대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거침없이 기록을 쌓기 시작했다. 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할의 ‘3-4-5’를 밥 먹듯 찍었다. 통산으로도 타율 0.312-출루율 0.402-장타율 0.534다. 100타점 시즌도 7번이나 된다.

특히 2016년에는 타율 0.376, 31홈런 144타점, 출루율 0.464, 장타율 0.651, OPS 1.115를 찍었다. 138경기에서 144타점을 만들었으니 경기당 1타점 이상 뽑았다는 의미다. 단일 시즌 최다 타점 공동 2위다. 2015년 박병호가 기록한 146타점에 살짝 뒤진다. 또 다른 144타점 타자는 2003년 이승엽이다.
2016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고, KIA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했다. 역대 최초 ‘100억 FA’ 선수가 됐다. 2020시즌 후 다시 FA로 3년 총액 4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021년 타율 0.233, 12홈런 55타점, OPS 0.729에 그치며 ‘노쇠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2022년 타율 0.264, 14홈런 71타점, OPS 0.787로 어느 정도 회복했고, 올시즌 다시 날고 있다.
통산 1498타점이라는 대기록도 작성했다.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1500타점이 눈앞이다. 2008년 삼성 재입단 후 15년 만이다. 타점의 가치가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타점이 없으면 득점도 없고, 득점이 없으면 승리도 없다.
늦은 만큼 ‘화끈하게’ 달렸다. 독기가 실력으로 치환됐다. 나이 마흔에 ‘정점’에 섰고, ‘전설’이 됐다. 현재진행형이다. 이렇게 잘하는데 은퇴를 말할 때도 아니다. 최종 수치가 궁금해진다. raining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