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키움의 ‘토종 에이스’라고 하면 안우진(24)이 첫 손에 꼽힌다. 그러나 앞서 같은 호칭이 붙은 이가 있다. 최원태(26)다. 지난 3년간 애를 먹었다. 올해는 다르다. 딱 하나 바꿨는데 효과가 ‘대박’이다.

최원태는 올시즌 14경기 86.1이닝, 6승 3패, 평균자책점 2.71을 기록중이다. 67탈삼진-20볼넷으로 비율도 빼어나다. 피안타율 0.239에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12다.

팀 내 다승 1위, 이닝 1위, 평균자책점 2위, 탈삼진 3위, 피안타율 3위다. 안우진과 함께 특급 토종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길게 잘 던진다는 점이 돋보인다. 14경기 가운데 11경기가 퀄리티스타트(QS)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도 3경기가 있다. 특히 지난 5월10일 LG전부터 8경기 연속 QS 행진도 이어가는 중이다. 개인 최장 기록이다.

20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회 투런포를 맞는 등 어렵게 갔다. 2회까지 56개를 뿌렸다. 지난해 최원태였다면 여기서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올해는 달랐다. 3회부터 투구수를 줄이기 시작했고, 6이닝을 먹었다.

21일 대구에서 만난 최원태는 “이지영 선배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초반에 너무 안 맞으려고 했다. 3회부터 공격적으로 갔다. 던질 때 몸이 빨리 열렸다. 그 부분을 수정했다. 나도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 도중 조정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최근 1회에 점수를 거의 안 줬다. 어제는 1회 실점이 나왔다. ‘이런 상황도 있다’고 생각했다. 1회에 2점을 주나, 5회에 2점을 주나 똑같은 것 아닌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래 이런 편이다. 잘 안될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좋게 보려고 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사실 지난 3년간 힘겨웠다. 특히 2022년에는 선발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불펜으로만 나섰다. 홍원기 감독이 쓴소리도 공개적으로 적잖이 했다.

최원태는 “처음에는 서운하기는 했다”며 웃은 후 “생각해 보니 다 나 잘되라고 그러신 거다. 그 계기로 더 노력도 했다. 더 간절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불펜은 경기를 자주 나간다. 그러면서 밸런스가 좋아졌다. 불펜투수의 고충도 알게 됐다. 이닝 중간에 들어가서 끝내고, 다음 이닝 올라가면 진짜 힘들다. 그래서 선발로 나갈 때는 이닝을 다 끝내고 내려오려고 한다. 주자를 깔아놓고 내려오면, 뒤에 불펜이 너무 힘들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펜으로 나가면서 구속도 빨라졌다. 계속 강하게 던지다 보니까 느낌이 왔다. 선발로 나갈 때는 그렇게 던지지 못하지만, 그래도 ‘강하게 던진다’는 것을 기본으로 둔다. 느슨하게 가지 않는다. 힘 조절도 없다”고 짚었다.

지난해 시련이 확실히 도움이 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올해는 ‘변화’도 있다. 이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바로 ‘불펜피칭’이다. 안 한다.

최원태는 “8연속 QS를 하고 있는데, 뭔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투수코치님과 이야기한 루틴도 잘 되고 있고, 이지영 선배의 리드도 잘 맞다. 야수들이 수비에서 도와줘서 잘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루틴에 대해서는 “등판과 등판 사이에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다. 지난 5월4일 삼성전에서 크게 무너진 후 바꿨다. 안 하면서 휴식이 됐고,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 달 넘게 안 하고 있다”고 했다.

핵심은 ‘휴식’이다. 등판 전 체크도 좋지만, 힘을 아꼈다가 실전에 쓴다는 생각이다. “불펜피칭은 직전 등판에서 부족했던 것을 점검하기 위해 한다. 난 하고 나면 힘든 느낌이 있더라. 할 때 또 많이 하는 편이다”고 짚었다.

이어 “힘을 다 쓰고 경기에 다시 나가는 느낌이랄까. 안 하니까 맞는 것 같다. 안 해도 똑같은 것 같다. 불안감은 없다. 차라리 힘을 안 쓰고 모았다가 경기에 나가는 쪽이 낫더라. 어차피 해도 불안하다”고 힘줘 말했다.

등판 사이에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 투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한화 시절부터 안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에서 호투다. 최원태는 굳이 하지 않아도 잘하고 있다. 자신에게 맞으면 그게 가장 좋은 것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