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세계 최대 영화 및 방송을 제작하는 미국 할리우드가 가동을 멈췄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파업을 선언하며, 지난 5월부터 이어진 미국작가조합(WGA)과 연대했다. SAG-AFTRA와 WGA의 동시 파업은 1960년 로널드 레이건 미 전 대통령이 노동조합장을 맡고 마릴린 먼로가 참여했던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전날 영국에서 열린 영화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BBC와 인터뷰에서 “파업 기간 중 절대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라며 “이건 배우들의 일자리에 관한 것이고 가족을 키우고 식탁에 음식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진, 작가들에 관한 것이다”라고 파업지지선언을 했다.

SAG-AFTRA가 동반파업에 나선 1차적인 이유는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인상 2%를 영화·TV 제작자 연맹(AMPTP)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AMPTP에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 대기업 스튜디오들이 속해있다. SAG-AFTRA 측은 스트리밍 시대에 대형 플랫폼의 수익은 커지고 있지만 대형 제작사들이 과실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입장 차도 좁히지 못했다. AMPTP 측은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SAG-AFTRA는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하면 그 이미지를 회사가 소유한 상태로 배우들의 동의나 보상 없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라고 반박했다.

서로 다른 영상이나 이미지를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 역시 이번 파업의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0월 러시아의 한 기업이 최근 치매 증상으로 은퇴를 선언한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동의 없이 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으로 광고를 만들었다가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톱스타가 사망 뒤 그의 초상권을 활용하는 방안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은 배우들의 초상권만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챗GPT가 기존 내용을 짜깁기 해 작가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화 ‘캡틴 필립스’(2013),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2019) 등의 각본을 쓴 빌리 레이는 “쉽게 만든 대본은 쉽게 소비되고 버려질 것이다. 이제 ‘대부’나 ‘오즈의 마법사’ 같은 명작은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놀란 감독처럼 다수의 할리우드 스타들도 해당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앞서 열린 ‘오펜하이머’ 영국 시사회에서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등 배우들은 사진만 찍고 시사회장을 떠났다. 블런트는 “우리는 배우로서 공정한 거래를 해야 한다. 노조가 우리를 부른다면, 우리는 함께 단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 벤 스틸러, 마고 로비 등 300여 명도 파업에 참여했다.

이는 단순 방송과 영화에서만 제기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예술업계에서도 생성형 AI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19년 세계적 애니메이션 거장이자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AI가 그린 결과물은 실제 작업한 사람의 고통을 전혀 모른다. 완전히 역겹다”라며 “이런 기술들은 나의 작품에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다. 이건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편 CNN은 WGA에 이어 SAG-AFTRA의 파업으로 인해 할리우드가 제작이 늦춰지며 40억 달러(한화 약 5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도했다. WGA가 5월 파업을 시작하며 미국 TV 심야 토크쇼는 과거 프로그램만 재방송 중이었는데 SAG-AFTRA까지 파업에 동참해 여러 방송들이 비상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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