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파리생제르맹(PSG)의 결정에 황선홍호의 기류가 달라진다.

황선홍 감독은 올해 9월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22명을 결정해 지난 14일 발표했다.

예상대로 이강인(PSG)의 이름도 있었다. 황 감독은 지난 5월 소집에서 “최근에는 측면에서 많이 뛰는데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라며 “내 머릿속에는 구상이 있다. 다른 포지션에서의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 같다. 일단 9월에 어느 정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교감해 이강인 본인이 잘 뛰고 좋아하는 포지션에 뛰게 할 생각”이라며 이강인을 아시안게임에 데려가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지만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이강인은 이변 없이 엔트리에 포함됐다.

관건은 차출 여부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클럽팀의 차출은 의무가 아니다. 2014년 손흥민이 전 소속팀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황 감독은 “이강인과 교감하고 있다. 출전 의지도 상당히 강하다. 마요르카와는 조율이 끝났는데 이적했기 때문에 새로운 팀과 조율해야 한다. 아직 확정은 아니다”라며 PSG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강인의 의지가 강한 것은 당연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을 받는다. 이강인은 다음해 파리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는 나이지만 올림픽 메달보다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난이도로 따지면 더 수월한 게 사실이다.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이강인에게 아시안게임은 중요한 무대다.

PSG의 입장이 중요하다. PSG는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2200만유로라는 적지 않은 이적료를 투자했다. 팀 전력의 중요한 선수를 시즌 초반부터 대표팀에 떠나보내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9월 19~20일, 10월 3~4일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2차전도 열린다. 게다가 다음해 1월에는 아시안컵도 있어 이강인을 대표팀에 보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PSG에게도 출혈이 큰 차출이다.

차출을 허락한다 해도 시기를 두고 조율이 필요하다. 9월4~12일은 FIFA A매치 기간이라 대표팀 차출에 무리가 없다. 문제는 그 이후다. 아시안게임 축구는 19일부터 시작한다. FIFA 의무 차출 시기와 아시안게임 사이에 뜨는 기간을 봐야 한다. 황 감독은 당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이강인과 함께하고 싶겠지만 결국 PSG의 의사가 중요하다.

이강인 차출은 황선홍호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이번 대표팀의 2선 자원은 풍부하고 스타일이 다양한 선수들이 많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약한 편이다. 결국 이강인을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차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력 누수는 피할 길이 없다.

최악의 경우 PSG가 차출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황 감독은 21명으로 항저우에 가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부상, 의학적 소견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최종 엔트리 변경이 불가능하다. 소속팀의 차출 반대로 대회 출전이 무산되는 것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아까운 카드 한 장을 날리는 셈이다.

황선홍호는 이미 여러 이유로 어수선한 상태에 놓여 있다. 천성훈, 김봉수, 이태석 등 주요 선수들이 엔트리에서 탈락했고,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수비수 이상민까지 합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상민은 2020년 음주운전 후 경찰에 적발됐는데 이 사실을 숨긴 채로 경기에 출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설상가상 이강인까지 오지 못하면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수 있다. PSG의 선택이 황선홍호의 운명까지 좌우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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