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여파는 여전히 섬뜩하게 이어지고 있다. ‘살인예고’를 했다가 경찰에 자수한 사건도 있었고, 감정 때문에 혹은 돈 때문에 결국 흉기로 지인을 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불과 1~2주 만에 우리나라는 ‘늦은 밤거리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나라’에서 ‘내 옆에 지나가는 이 사람도 혹시?’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나라가 되었다.
필자 역시 호신술에 대한 글을 쓰고 직접 지도도 하고 있지만, ‘가르쳐준 기술을 수련생이 쓸 기회가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무너져 정말 안타깝고 슬프다.
지난 칼럼에서 제시한 연습법은 모두 따라해 봤는지. 그 연습법은 본격적인 호신술을 배우기 위한 가장 기초단계 연습이다.
다시 한번 복습해보자. 상대가 내민 손을, 혹은 팔을 내 손으로 최대한 빨리 터치한다. 이때 내 손이 뒤 혹은 옆으로 빠졌다가 나가면 안 되고 원래 있던 자리에서 바로 목표를 향해 뻗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터치를 하되 상대의 손이나 팔을 때려서 튕겨내면 안 된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보자.
앞의 연습을 하면 상대의 손이나 팔이 내 손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첫번째 연습법. 상대가 팔이나 손으로 내 손을 밀어낸다. 그러면 나는 ‘내 팔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버티면서’ 상대의 손과 내 몸 사이의 간격을 처음과 똑같이 유지한다. 처음에는 내 몸이 뒤로 밀려도 괜찮다.
하지만, 절대 상대의 손이 내 몸과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 상대의 손이 내 몸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상대의 흉기가 내 방어벽을 뚫고 내 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익숙해지면 내 몸도 뒤로 밀리지 않도록 보폭을 넓히고 중심을 옮겨가며 버틴다.
두번째 연습법. 앞의 ‘버티기’ 연습에서 이어진다. 상대는 계속 나를 밀어내듯 힘을 쓴다. 그러면 나는 버티던 손의 손바닥이나 팔뚝을 활용해 상대의 손이나 팔을 옆으로 치운다. 이 때 상대가 뻗은 손이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내 몸이 상대의 바깥쪽으로 돌아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치운다. 동작을 정확하게 했다면 상대는 계속 밀던 힘이 목표를 잃었기 때문에 몸중심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세번째 연습법. 이제 앞의 연습들을 모두 모아 한 흐름에 간다. 상대가 손을 내밀면 재빨리 그 손이나 팔을 터치한다. 상대는 내 손이 닿자마자 힘을 써서 내 손을 밀어낸다. 나는 팔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버티다가 재빨리 상대의 손을 옆으로 치워버린다.
버티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세다가 ‘셋’ 타이밍에 옆으로 치우면 더욱 수준 높은 연습을 할 수 있다. 이 연습법은 상대가 흉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맨주먹으로 폭력을 행사하려 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길 바란다.
물론 이 방법이 상대의 모든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나를 공격하려다가 방어에 막혔을 때, 계속 힘으로 밀고 들어오려고 하면 사용하는 방법일 뿐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방어하는 팔이나 손에 막혀 튕기며 발생한 탄성을 이용해 계속 빠르게 찔러오는 상대’에겐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상의 방법은 글만으로는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21세기라지만 아직까지는 상대가 어떻게 힘을 쓰는지, 어떤 각도로 치워야 최적의 효과를 보는지, 신체 어느 부분이 얼마나 닿아야 기술이 정확하게 들어가는지 등의 감각은 글이나 영상으로는 완벽하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직접 호신술을 배우러 오는 이들에겐 다양한 예시를 들고 각 예시마다 적용할 수 있는 동작과 감각을 세밀하게 나눠 가르치고 연습도 엄청나게 많이 하도록 한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집이나 직장 근처의 무술도장을 찾아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이 글이 그런 의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노경열 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