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아파트 ‘철근누락’으로 시작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사태가 설계 용역사까지 불똥이 튀었다. LH를 퇴직한 전관들의 총체적인 부실 감리와 설계용역 ‘싹쓸이’ 등이 문제로 번지면서 LH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 LH 설계·감리 전관예우·담합 문제 사실로…전관업체 모조리 싹쓸이
이번 사태를 통해 LH의 설계·감리 전관예우·담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토부가 LH가 발주한 91개의 무량판 구조 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15곳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 더해 공사를 감독하는 업체에 LH 퇴직자가 전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3년 동안 LH와 설계용역 수의계약을 가장 많이 체결한 업체 10곳은 전관업체들이 ‘싹쓸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총 계약금 규모만 2600억원이 넘는다. 전관업체에는 국토부, 법무부 등 정부 부처 퇴직자들도 재취업해 있었으며, 이들이 계약을 수주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례로 경기도 파주의 LH 공공분양 아파트에서는 LH 퇴직자가 회장으로 재취업한 이른바 전관업체가 설계 용역까지 맡아 지난 3년간 LH와 수의계약으로 11건, 342억원 규모를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이한준 LH 사장은 “현재 LH는 설계 기능과 감독 기능을 상실했다”며 “사실상 발주처 역할만 남았는데, 앞으로 발주 기관으로 품질 관리와 설계 검수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 LH, 감사 없이 내부직원 수사의뢰…공정위도 입찰담합 조사

LH 사태는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자체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LH는 지난 4일 경찰청에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아파트 단지의 설계·시공·감리 관련 업체와 관계자들을 수사 의뢰했다. 여기에 외부업체 74곳 관계자 외에 LH 지역본부에서 감리 감독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포함됐다.
LH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내부 감사를 거친 뒤 명확히 문제점이 드러난 경우 수사 의뢰나 고발 등의 조치를 하지만, 이번에는 그 단계를 생략했다”며 “사안의 중요성을 우선 생각했고, 내부 감사보다 투명하게 처리한다는 관점에서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위도 LH의 입찰담합을 조사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날 부실시공이 지적된 15개 LH 아파트 단지의 일부 감리업체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감리업체들에 대해 ‘입찰 담합’ 조사에 착수했다. 철근 누락 아파트를 시공한 에이스건설, 대보건설, 대우산업개발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아파트 단지의 시공사 13곳 전체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조사할 전망이다.
◆ 얼빠진 LH…무량판 구조 안전점검 대상 10곳 빠뜨려 보고

LH가 이번 무량판 구조 아파트를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10곳을 안전점검 대상에서 빠뜨렸다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장에 나서자 뒤늦게 올린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2017~22년 착공한 무량판 구조의 91개 단지를 3개월간 점검했는데, 10곳을 빼고 발표했다. 원 장관은 지난 9일 “현황조차 취합하지 못하는 LH가 존립의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정기능이 빠진 LH는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지 못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누락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설계정보시스템에서 빠져 있었는데, 왜 등록이 안 됐는지 내부 감사를 통해 철저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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