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 전문기자] 목표나 꿈은 늘 당차고 원대해야 한다.
과거 박주봉·방수현 등 세계적 스타를 다수 배출한 한국 배드민턴.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1개의 메달도 따지 못하는 등 치욕을 당했다.
그리고 와신상담 5년의 세월. 눈앞에 다가온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9.23~10.8)에서는 과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지난 16일 오후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는 김학균(52)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아시안게임을 향한 강한 열망과 결기를 느끼기 충분한 자리였다.
“개인전에 앞서 열리는 여자단체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해주면 힘을 받아 여자단식과 여자복식 등에서도 최대 금메달 3개까지 가능합니다.”
이날 김학균 감독은 공식 질의응답에서는 “정확히 말씀 드린 적이 없다. 전 종목(7개) 메달을 따고 싶은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륜관으로 장소를 옮겨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가운데 가진 개별 인터뷰에서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가능한 종목과 숫자까지 상세히 제시해 기대감을 부풀렸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발표하는 세계 팀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2위로 올라 있다. 여자단식 세계 1위 안세영(21·삼성생명), 그리고 여자복식 2, 3위인 이소희(29·인천국제공항)-백하나(23·MG새마을금고),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공희용(27·전북은행)을 보유한 한국은 실제 여자단체전에서는 금빛을 노릴 만하다.
김학균 감독은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위한 비장의 카드까지 이날 살짝 공개했다. 주인공은 신예 김가람(21·KGC인삼공사)으로 안세영, 김가은(23·삼성생명)에 이어 마지막 3단식을 책임진다.
실제 이날 훈련에서 실업 4년차인 김가람은 외국인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실전경기를 치렀다. 그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 공격력이라고 짧게 밝혔다. 김 감독도 그에 대해 남자처럼 스매시가 강하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이번 항저우에서 여자복식도 금메달을 바라본다. 세계 1위 중국의 첸칭천-지아이판을 넘어서야 하지만, 이경원 대표팀 담당 코치는 “우리 선수들끼리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치르는 게 나의 꿈이자 목표”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코치는 “김소영-공희용은 코트 구석구석을 잘 사용하고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한다. 김소영은 앞처리, 공희용은 공격력으로 상대를 압박한다”고 이들의 장점을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구성돼 세계 2위로 급성장한 이소희-백하나에 대해 이 코치는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백하나의 수비가 좋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더욱 공격적으로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BWF 슈퍼시리즈 대회 때마다 챔피언이 바뀌는 등 춘추전국시대인 남자복식에서도 한국은 세계 6위 서승재(26·삼성생명)-강민혁(24·삼성생명)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동성 남자복식 담당 코치는 “이들이 최근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다. 남자복식이 절대 약한 게 아니다”며 항저우에서 이들도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관심을 부탁했다.
혼합복식에는 세계 5위 서승재-채유정(27·인천국제공항), 6위 김원호(24·삼성생명)-정나은(23·화순군청)이 있다. 김상수 혼합복식 담당코치는 이들이 세계 최강과 실력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시안게임 때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때 혼합복식에서 이용대-이효정이 예상 밖의 금메달을 따낸 뒤, 2020 도쿄올림픽 때까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2023 세계배드민턴선수권(개인전), 항저우아시안게임, 그리고 2024 파리올림픽에 대비해 외박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 가운데 쉼없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등 지옥 같은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승리! 땀 흘린 자만의 특권이다.” 진천선수촌 오륜관 대형 태극기 옆에는 이런 펼침막이 걸려 있다. 한국 셔틀콕 영광 재현에 나선 김학균호. 이들의 금빛 열정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