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95세 어머니와 59세 아들은 어떤 대화를 나눌까?
병영 예능프로그램 MBC ‘우정의 무대’에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코너 ‘그리운 어머니’를 집필했던 방송작가 김진태가 95세 어머니와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엄마라고 더 오래 부를 걸 그랬어’(작업실)다.
저자는 30년 방송생활을 접고 고향 부여에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됐다. 한 문장도 놓칠 수 없이 귀하고 소중해 어머니의 말씀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어머니를 알게 됐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저자는 “‘우정의 무대’를 집필했던 수년 동안 병사의 어머니 인터뷰를 수백번 했다. 전국 팔도의 어머니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리운 어머니’ 원고를 썼는데 정작 내 어머니와는 그렇게 대화를 길게 해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태어나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1960년대 재건과 1970년대 새마을 운동, 1980년대 민주화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했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것과 같다’는 말도 있는데 어머니의 그때 그 시절의 얘기들을 기록해 놓는 게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어머니 윤희병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자녀들을 키워내고 살림을 꾸렸다. 95년의 삶을 통해 축적된 인생의 철학이 촌철살인 명언으로 쏟아져나온다.
“오뉴월에 새파란 열무 겉절이도 숨 한번 죽으믄 금방 익어 버리잖여. 열무 김치 숨 한번 죽는 것처럼 인생도 잠깐인겨”,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겄어. 사람 얼굴에 눈, 코, 입이 있듯이 걱정도 사람 몸에 당연히 붙어 있는 겨. 얼굴에 눈하구 입만 있구 코가 없다구 생각혀 봐, 얼마나 이상혀” 등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면 전전긍긍하던 긴장이 툭, 하고 끊어지면서 편안해진다.
곁에 가까이 두고, 길을 잃은 생각이 들 때마다 펼쳐보면 인생의 지도같은 역할을 해준다. eggrol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