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국민그룹’ god의 맏형 박준형과 어머니가 동갑이다. 2000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BC ‘목표달성! 토요일 - god의 육아일기’에 출연했던 재민 군과 1살 차이다.

20대 중반의 기자에게 그룹 god는 ‘자장면을 싫어하는 어머니’를 둔 그룹, 아이돌도 연애할 수 있다고 주장한 최초의 그룹이었다.

아이돌계의 시조새, ‘조상돌’ god 콘서트가 무료로 열린다. 그동안 나훈아, 심수봉, 임영웅 등 주로 트로트 가수들 위주로 명절 대기획을 개최했던 KBS가 2023년 추석 특집으로 KBS 대기획 ‘ㅇㅁㄷ 지오디(god)’를 연다.

공연명인 ‘ㅇㅁㄷ god’의 ‘ㅇㅁㄷ’ 뜻은 콘서트 당일 공개된다. 공연포스터에 적힌 ‘ㄱ, ㄱㅊ, ㅂㅌㄴ, ㅊㅂㅎㄴ, ㅎㄴㅅㅍㅅ, ㄴㄱㅇㅇㅇㅎㄱ’ 초성은 ‘길(2001), 관찰(1999), 보통날(2004), 촛불하나(2000), 하늘색풍선(2014), 니가있어야할곳(2001)’ 등 god의 대표곡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ㅇㅁㄷ’의 뜻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신곡 명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한 누리꾼은 “포스터에 이런 제목이 있으니 ‘이모두’ 아닐까?”라는 추측을 제기했다. god의 주요팬층이 모두 엄마와 이모가 됐으니 ‘엄마도’, ‘이모도’, 혹은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이모두’가 아닐까라는 주장이다. 정확한 뜻은 멤버들과 제작진만 알 뿐이다.

9월 9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이 콘서트는 지난 달 9일 예매 시작 3분만에 매진됐다. 접속 대기인원만 5만1900명에 달하며 고가의 암표까지 등장했다.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KBS는 21일 추가 티켓 예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팬데믹 비대면 강의 전 ‘금공강’(금요일은 강의가 없는 날을 가리키는 은어)을 위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4일 수업시간표를 맞춘 적이 있었다. 빠른 클릭은 필수였다. 취소표를 획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취소표 티켓이 오픈되는 21일 오후 1시 50분부터 예매사이트에 입장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억누르며 간절하게 휴대폰 화면을 두드렸다.

시계가 2시로 바뀌는 순간, 서둘러 ‘예매하기’ 버튼을 클릭했다. 화면에 뜬 숫자는 ‘2825번째’.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도 바뀔 줄 몰랐던 숫자는 10분이 지나도 2000번 대에 머물렀다.

14분이 지난 뒤에야 간신히 날짜와 회차가 떴다. 혹여 빈 좌석이 남았나 하는 마음에 스탠딩 A, B, C석과 피크닉석도 눌렀다. 그러나 이미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의 준말로, 예매 때 자리가 다 나갔음을 가리키는 은어)를 뜻하는 회색빛이 화면을 채웠다.

몇 번이고 회색빛 창을 본 후에 깨달았다. “나 꽝손이었구나.”

KBS에 따르면 이날 추가티켓 예매도 단 3분만에 매진됐다. 그 어렵다는 대학 수강 신청도, 친구의 아이돌 콘서트 예매도 어렵지 않게 해냈기에 ‘국민그룹’ 팬층의 화력을 만만히 본 게 패착의 원인이었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는 말처럼, 티켓이 동나자 아쉬움은 커져갔다.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흔드는 하늘색 풍선은 녹화방송되는 28일 TV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허전한 마음을 god의 히트곡 ‘하늘색 약속’(2014)을 들으며 달래본다.

“세상엔 우리들만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을 그 친구들에게 이 노래를 바칩니다.”

willow6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