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보직 변경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시즌 중 과감하게 중간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위치를 옮겼고 약 한 달 동안의 적응기를 지나 에이스로 거듭났다. LG 선발 투수 이정용(27)이 최근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0.78의 맹활약을 이끈 포크볼에 대한 비밀을 밝혔다.
이정용은 1일 잠실 한화전에서 86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5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맹활약했다.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팀은 이정용이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포심,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 포피치가 자리잡히며 특급 선발 투수로 거듭난 이정용이다. 이날도 이정용은 포심 패스트볼을 타자 몸쪽으로 찔러 넣고 카운트 사이사이 커브와 슬라이더를 넣었다. 그리고 결정구 포크볼로 위기를 극복했다.
LG는 이정용의 무실점 투구에 타선이 응답해 11안타 10점을 폭발했다. 10-0으로 한화에 완승을 거뒀다. 이정용은 시즌 6승, 평균자책점을 4.02까지 내렸다.
다음은 이정용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오늘까지 최근 4경기 23이닝 2자책이다. 이제 선발 투수가 됐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좋은 기록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저 하루하루 경기에 나가는 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내가 나가는 날 팀이 항상 이긴다. 이렇게 팀에 좋은 기운을 계속 주고 싶고 오늘도 좋은 기운을 주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페이스가 좋았고 나올 때마다 팀이 이겼는데 계속 비로 인해서 등판이 밀렸다. 16일 만의 등판이었다.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준비하는 과정이 좀 힘들지 않을까 싶기는 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등판 취소되고 어떻게 준비해왔나?
라이브 피칭하면서 계속 운동했다. 꾸준히 공도 던졌고 계속 다음 등판을 준비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은 없었다.
-그래도 16일 만의 등판이었다. 처음에 던질 때 감각이 떨어지는 등 힘든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1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1회가 잘 풀려서 딱히 감각이 떨어지는 부분은 없었다.
-포크볼이 결정구로 완전히 자리잡힌 모습이다. 확실히 이전보다 타자를 상대하는 게 편해 보인다.
일단 투수로서 직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포크볼보다 직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도 김태연을 삼진을 잡는 모습 등을 보면 확실한 무기를 가진 장점이 뚜렷이 보인다.
결정구가 있어 편한 것은 분명히 있다. 결정구도 중요한데 그만큼 (박)동원이형 덕이 크다. 동원이형과 호흡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높았다.
한화 타선이 최근에 좀 안 좋다고 들었다. 그래서 분석하면서 타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나도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가기로 했고 공격적인 투구가 되면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잘 나온 것 같다.
-플럿코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기존 선발 투수 4명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할 것 같은데.
솔직히 그런 생각은 든다. 그래도 일단 던지는 날에 팀 전체에 좋은 기운을 계속 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오늘도 동료들이 ‘정용이가 나가니까 이길 거야’라고 했다. 그런 생각을 계속 더 퍼뜨리고 싶다. 내가 못 던질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팀이 이긴다는 마음으로 함께 최선을 다하고 싶다.
-임찬규가 커브, 김진성이 포크볼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 잘못된 얘기라는 말이 있는데 이 자리를 통해 명확히 정리해달라.
일단 커브는 그 전에 김광삼 코치님께서 제안하셨다. 그래서 던졌다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임)찬규 형과 캐치볼을 하면서 제대로 알게 됐다. 포크볼은 김진성 선배가 알려준 것도 맞는데 그렇게 디테일하지는 않았다. 조언 정도 해주셨다.
-포크볼이 던지기 쉬운 구종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이렇게 잘 던지게 됐나?
아마추어 때 포크볼을 던지기는 했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포크볼이 안 좋았다. 캠프나 여유 있을 때 꾸준히 던지기는 했는데 중간 투수였고 예전에 수술도 했으니까 던지지 않게 되곤 했다. 기존 구종을 극대화하자는 생각이 강했다.
-혹시 예전에 캠프 때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게 지금 포크볼이었나?
맞다. 이정‘용의 발톱’이다. 그런데 이건 내보내지 말아달라.
-구종 이름은 언제든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스위퍼도 있고 예전에 마쓰자카 자이로볼 같은 것도 있었다. 말해도 된다.
맞다. 센가도 고스트 포크볼이 있다. 센가가 고스트 포크볼이 있으면 이정용은 ‘용의 발톱’ 포크볼이 있다. 오늘 한 건 한 것 같다(웃음).
-오늘 마지막 위기가 6회가 아니었나 싶다. 연속 안타 맞고 무사 1, 2루가 됐는데 어떻게 막았나?
무사 1, 2루에서 은성이형이 나왔는데 사실 어제 은성이형과 좋은 승부하자고 카톡을 했다. 그러다가 4회 은성이형과 승부에서 힘을 너무 많이 쏟았다.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범했는데 힘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 것 같았다. 6회에는 위기였지만 그냥 정면 승부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플라이볼이 나왔다.
-시즌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다. 지금 보면 전화위복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전반기와 지금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된 소감은?
어쩌다 보니 이런 시기도 오는 것 같다. 사실 작년까지는 그래도 무난하게 프로 생활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전반기에 많이 힘들긴 했다. 지금 좋은 기운이 왔는데 이 기운이 시즌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제는 진짜 시즌 후 군대에 가야 한다. 군대 가기 전에 유종의 미를 꼭 거두고 싶다.
-우승 반지를 끼고 군대에 가면 최고일 것 같다.
그럼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평균자책점을 4.02까지 내렸다.
한때 6점대였는데 여기까지 왔다. 기분은 좋은데 너무 신경 쓰지는 않겠다. 3점대까지 가면 정말 좋겠지만 흔히 신경 쓰면 올라간다고 하지 않나. 그냥 팀에 좋은 기운만 계속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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