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례적으로 선수의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미리 만들었다. 프런트 수장은 몇 년 후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준비도 철저했던 지난 14일 두산의 김택연 지명이었다.

구단 입장을 고려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무려 19년 만에 행사하는 상위픽이다. 21세기 포스트시즌 단골이었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성적 역순으로 결정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늘 뒷자리에 앉았다.

올해는 달랐다. 앞에서 두 번째 자리였다. 작년 9위에 따른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2004년에 열린 2005 신인 드래프트 이후 처음으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행사했다. 리빌딩 기간을 최소화해 다시 상위권에 오르는 것을 바라보는 두산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찬스다.

더불어 드래프트 풀도 좋았다. 그 어느 때보다 강속구 투수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최대어 장현석의 메이저리그행은 KBO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아쉬웠으나 장현석 외에도 150km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다. 두산의 선택 또한 강속구 투수였다.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인천고 우투수 김택연을 지명했다.

지명 직후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구단이 직접 제작한 김택연 만의 유니폼을 들고 단상에 섰다. 유니폼 뒤에 ‘김택연’ 이름 석 자를 새기고 입단 연도를 의미하는 ‘2024’를 등번호로 넣었다. 드래프트 행사장에서 최초로 선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 등장했다.

김 단장은 김택연에게 유니폼을 입힌 후 “2~3년 안에 마무리로 성장할 것이라 믿고 지명했다”고 밝혔다. 김택연 또한 단상에서 “어릴 때부터 꿈꾼 자리다. 두산이라는 좋은 구단에 뽑혀서 너무 영광스럽다. 챙겨주시니 더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배울 점도 많다. 하루빨리 성장해서 잠실 마운드에서 공 던지도록 하겠다.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드래프트 행사가 끝난 후에는 더 다부진 모습이었다. 김택연은 “이렇게 유니폼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격스러웠다. 정말 감동이다”고 밝게 웃었다.

덧붙여 자신의 앞으로 보직을 마무리 투수로 가정하고 롤모델을 묻는 말에 “이전에는 아마추어 선수라서 따라가고 싶은 투수를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나도 프로 선수가 됐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나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제2의 누구가 아닌 제1의 김택연이 되고 싶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김택연은 올해 13경기 64.1이닝 7승 1패 97탈삼진 평균자책점 1.13을 찍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된 투구와 강한 구위를 뽐냈고 대만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에이스 구실을 했다. 최근 성장세만 봤을 때는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흐름이 프로 무대에서도 이어진다면 보다 빠르게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다. 김택연은 “대만에서 많이 던졌지만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트레이너 분들이 내 의견을 들어주시고 관리도 잘 해주셨다. 대만에 간 덕분에 선발 투수로서 자신감도 생겼다. 어느 자리에서든 잘할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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