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KT가 1군 첫 시즌을 앞두고 있던 2014년 겨울. 당시 LG는 신생팀 특별지명 20인 명단을 작성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현재와 미래를 두고 갈림길에 섰는데,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만큼 미래보다는 현재에 무게를 뒀다. 한편으로는 KT가 드래프트에서 두둑하게 유망주를 챙긴 것을 고려해 신예 선수보다 즉시전력감 베테랑 선수를 뽑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KT는 LG에서 두 번째 시즌을 앞둔 만 19세 외야수 배정대를 지명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고 허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배정대와 이별했다.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지명한 5툴 외야수를 제대로 긁지도 못하고 떠나보냈다.

2014년 LG 2군 코칭스태프는 배정대에 대해 “수비는 당장 1군에 올라와도 최고 수준일 것”이라며 배정대가 몇 년 후 LG 주전 중견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빠른 군 입대를 계획했고 전역 후 핵심 선수로 기용할 생각이었다.

유니폼이 달랐을 뿐 LG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배정대는 KT가 강팀으로 도약한 2020년부터 잠재력을 터뜨렸다. 외야수로서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하고 정확한 송구.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과 빼어난 주력을 자랑하며 KT에서 대체 불가 중견수로 올라섰다.

물론 LG가 배정대 이적 후 중견수 자리를 마냥 비워둔 것은 아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배정대 외에도 외야수를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했다. 2016년에 입단한 홍창기는 2021년 중견수로 풀타임을 소화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22년에는 국가대표 중견수 박해민과 FA 계약을 체결해 공수주가 두루 뛰어난 특급 외야진을 완성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다시 미래를 응시했다. 2라운드에서 인천고 외야수 김현종(19)을 호명했다. 차명석 단장은 김현종 지명에 대해 “뛰는 모습을 보면서 2014년 배정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발 빠르고 장타를 칠 수 있고 수비 범위도 좋다. 정말 툴이 좋은 선수”라며 “팀에 우타자가 필요하기도 했다. 우리 순번에서 뽑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현종은 올해 고교무대에서 18경기 70타석 타율 0.412 OPS 1.316 3홈런 10도루 18타점 20득점으로 활약했다. LG 스카우트 팀은 “공격력에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중·장거리 유형으로 수비 범위와 타구 판단 능력, 타구 반응 속도 등 전체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단장은 “현재 우리 외야진이 단단하지만 2, 3년 후도 생각해야 한다. 박해민 다음 중견수가 필요해지는 시점을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고 몇 년 후 김현종이 잠실구장 외야를 누비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김현종 외에도 야수 지명이 많았던 LG의 2024 신인 드래프트다. 차 단장은 3라운드에서 지명한 동원과학기술대 내야수 손용준(23)을 두고 “이 선수도 공수주 다 괜찮다. 1군에서 바로 써도 될 내야수로 판단했다. 내년 당장 오지환 백업 유격수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군복무도 이미 마쳤다. 좋은 내야수를 데려왔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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