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논란이 됐던 ‘나무 심기’ 관련 생각을 밝히며, 환경에 관한 발언을 재차 내놓아 눈길을 끈다.

이 전 총괄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서울국제공원에서 열린 ‘LA 환경 개선 프로젝트’ 출범식에 참석해 기부와 함께 입장을 밝혔다. 한인 비영리단체 KYCC(Koreatown Youth & Community Center)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이 총괄은 최대 50만 달러(약 6억8000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공식석상에 등장한 그는 “이제는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보답을 해야 할 때다. ‘나무를 심어서 산소로 돌려주자’라는 게 내 생각이다”라며 “산업혁명 이후 공중에 나온 카본(탄소)를 우리가 거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고 말하는데, 왜 어렵냐고 물어보니 돈 때문이 아니라 공기가 안 좋아지고 홍수가 갑자기 나고 이런 기후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 이 문제를 점점 공부하다 보니 구체적인 답안이 나왔다”라며 환경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우리가 그동안 1년에 15억 그루씩 (나무를) 다 잘라서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게끔 썼는데, 15억 그루보다 좀 더 많은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우리 K팝 가수들이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K팝 팬들이 그걸 따라 할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전 세계 팬들과 같이하면 산소도 고루고루 퍼져나가게 되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SM엔터테인먼트를 시작하면서 ‘혼자 꾸는 꿈은 한낱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이것은 바로 미래의 시작이다’라고 이야기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라고도 밝혔다. SM을 떠난 이 전 총괄의 차기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모인 가운데 나온 입장이라 눈길을 끈다.

앞서 지난 2월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4.8%를 총 4228억원에 하이브에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이 전 총괄은 이후 전 대표를 통해 각종 폭로가 터져나오며 주목 받았다. 당시에도 ‘나무 심기’에 대한 이 전 총괄의 한결같은 신념이 드러난 바 있다.

이성수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하이브의 SM엔터 지분 인수 과정에서 이 전 총괄의 ESG 활동에 10년간 연간 10억원씩 총 100억원을 지급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이 사업은 이 전 총괄의 개인 부동산 사업과 관련된 것”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그룹 에스파의 컴백이 늦어졌던 이유도 이 전 총괄의 나무 심기에 대한 집착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들여 만든 세계관이 돋보이는 그룹 에스파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나무 심기를 투영한 가사를 넣은 노래를 부를 것을 지시했다. 가사 일부에는 1도라도 낮출, 상생, 그리니즘(Greenism) 등 같은 단어들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으며, 사실 초기 단계 가사에는 직접적으로 나무 심기라는 단어까지 등장하여 에스파 멤버들은 속상해하고, 울컥해 하기도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총괄의 지분 인수 후 논란에 시달렸던 하이브는 결국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달 10일 SM 자회사 에스엠브랜드마케팅(538억원), 드림메이커(160억원) 지분을 약 700억원에 SM에 되팔기도 했다.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은 온라인 플랫폼 운영과 메타버스, 커머스 사업을 담당해왔고 드림메이커는 콘서트 사업을 맡아 왔다.

한편 SM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 이 전 총괄은 개인 회사 ‘블루밍 그레이스’(Blooming Grace)를 설립했다. 이번 나무심기 프로젝트 역시 신생사 블루밍 그레이스의 사회 공헌 활동 ‘댄싱 트리 포 카본 제로’(Dancing Tree for Carbon Zero)의 하나로 진행된다.

KYCC는 1992년 인종 갈등에서 비롯된 LA 폭동으로 한인타운 전체가 크게 훼손된 이후 지역 재건을 목표로 가로수 심기 활동을 중점적으로 벌여 왔다. LA시 당국 역시 2028년까지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녹지 부족 공간에 가로수를 50% 이상 추가로 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LA 카운티 당국의 행정책임자인 홀리 미첼 슈퍼바이저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지금 23살인 내 아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하루 종일 K팝 음악을 들었다. K팝이 LA 카운티의 모든 젊은이에게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라면서 “나무가 부족한 LA에 가로수 그늘을 만들어 주기 위해 헌신하는 이 회장(이수만)과 KYCC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체 기금 100만달러(약 13억6000만원)를 모아 LA에 연간 1000 그루의 가로수를 심고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분기별로 모인 자금과 동일한 금액을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기부하는 ‘매칭 펀드’ 방식으로 진행한다.

극한 진통 속에 SM과 결별한 이 전 총괄은 지난 4월 정기 주주 총회를 앞두고 입장을 밝혀 “내 이름을 딴 SM이 한 시대를 마감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광야는 제 새로운 꿈이다. 이 꿈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비난하는 분들이 있음을 안다”면서 “K팝은, K팝을 넘어 세계와 함께하는 글로벌 뮤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세계가 함께 하는 음악의 세상은 기술과 음악의 접목이어야 하고, 그것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세상에 대한 기여”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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