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시야가 중요합니다.”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핫’한 종목을 꼽자면 단연 e스포츠라 할 수 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타 종목 선수들도 관심이 높다. ‘현실 조언’도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마련한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열었다. ‘르네상스’를 연 남자 수영 대표팀과 LoL 대표팀, 펜싱 금메달리스트 윤지수가 자리했다.
가장 바빴던 이들은 역시나 LoL 대표팀이었다. ‘페이커’ 이상혁, ‘쵸비’ 정지훈, ‘룰러’ 박재혁, ‘카나비’ 서진혁, ‘제우스’ 최우제, ‘케리아’ 류민석이 현장에 왔고, 질문 세례를 받았다.
e스포츠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시범종목이었다. 한국 LoL 대표팀은 결승에서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에는 당당히 금메달을 땄다. 최고 스타이자 미드라이너인 ‘페이커’ 이상혁이 몸이 좋지 않아 준결승과 결승에 뛰지 않았지만, ‘쵸비’ 정지훈도 최강자 소리를 듣는 미드라이너다.
문제는 없었다. 준결승에서 중국을 완파하고, 결승에서 대만을 잡았다. 대망의 초대 아시안게임 LoL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하루 전날 스트리트 파이터5의 김관우가 금메달을 땄다. e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뽐냈다.
다른 종목 선수들도 LoL을 한다. 자연히 대표팀의 팬이다. 수영선수들도 그랬다. 이호준은 “LoL 결승을 봤다. 수영 결승이 있어서 완벽하게 다 보지는 못했지만, 1세트 이기는 것을 봤다. 소리도 엄청 많이 질렀다”며 웃었다.
이어 “금메달은 우리나라가 당연히 거둬야 하는 성적이라 생각했다. 많은 관심이 갔다. 두 번째 세트 이겼을 때는 ‘해내셨구나’ 싶었다. 수영장에서 소리 크게 지르면서 같이 기뻐했다”며 재차 웃음을 보였다.
LoL 내에서도 여러 모드가 있지만, 리그 및 국제대회는 5대5 경기다. 5명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자기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해야 승리할 수 있다. 자기가 선호하는 포지션이 있다.
수영선수들에게 ‘LoL 가장 잘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백인철이 손을 들었다. 이후 ‘기회라면 기회인데, 최고 선수에게 조언을 좀 들으라’는 요청이 갔다.
백인철은 “내 포지션은 정글이다. 정글이다. 카나비 선수에게 여쭤보고 싶다. 정글링 할 때, 상대 정글의 위치를 어떻게 꿰뚫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카나비’ 서진혁은 “팀 경기 때는 웬만하면 팀원들이 와드(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 내 기물)를 박아주기 때문에 위치를 대충 알고 있다. 솔로 랭크 때는 와드가 없으면 모른다. 팀원들에게 요청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답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1등이 1등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질문이 갔다. 즉흥적인 대답이었기에 자세할 수는 없었다. 백인철은 “좀 더 자세하게 물어봤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시야 확보는 기본이다. 어떤 종목을 막론하고,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으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막상 경기하면 마냥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백인철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이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