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기동력의 LG’가 허를 찔렸다. 크게 실수한 건 아니지만, 정확하지 않은 송구 두 개로 눈깜짝할 사이 실점했다. LG의 야수진을 농락한 건 두산 조수행(30)의 발과 정수성 코치의 판단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0-1로 뒤진 3회말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두산 조수행이 LG 선발 이지강에게서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호세 로하스의 타구가 높게 솟구쳐올라 뻗어나갔지만, 펜스 앞에서 LG 우익수 홍창기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초반 흐름상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 양석환 타석 때 조수행은 2루를 훔쳤다. 초구를 던지기 전 1루 견제가 있었고, 세트 포지션에 돌입한 뒤 일정시간 이상 움직임이 없으면 홈으로 던진다는 것을 간파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조수행은 이지강이 투구를 시작하기 전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긴 LG 포수 박동원이 이른바 ‘앉아쏴’로 응수했다.
스타트가 빠르기도 했고, 변화구가 날아든 탓에 그립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박동원의 송구는 2루로 달려오던 LG 2루수 신민재 우측으로 날아갔다. 역동작에 걸린 신민재가 대응하지 못했고, 힘겹게 뻗은 글러브 끝에 맞아 감속됐다. LG 중견수 박해민이 대시했지만, 양석환의 장타력에 대비해 평소보다 좌중간쪽으로 걸음을 옮겨둔 탓에 거리가 있었다.

쏜살같이 3루로 달리던 조수행은 멈춤 시그널 대신 팔을 돌리던 정수성 코치를 바라봤다. 탄력을 유지하며 홈으로 쇄도했다. 무모할 수 있는 질주였는데, LG 중견수 박해민 역시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달려오는 탄력을 활용해 송구할 시간이 없어 스리쿼터 형태로 송구했고, 힘이 실리지 않은 공은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3루 더그아웃쪽으로 치우쳐 날아들었다. 포수 위치를 확인한 조수행은 백네트 반대 방향으로 선회하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단행, 다이빙 태그를 노린 박동원보다 빨리 홈플레이트를 터치했다.

조수행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박해민의 방심을 간파한 정수성 코치의 판단이 흐름을 대등하게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 올시즌 맞대결에서 ‘기동력’을 앞세워 두산을 제압한 LG가 제대로 한 방 먹었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