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엄마도 할 수 있다!”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끊임없이 우승에 도전한 ‘엄마골퍼’ 박주영(33·동부건설)이 프로데뷔 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 데뷔 13년 만에 꿈을 이뤘다.

박주영은 1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6783야드)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7언더파 209타로 생애 첫 우승을 따냈다. 자신의 279번째 대회에서 미루고 미뤘던 정규투어 1승 깃발을 꽂았다.

2010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박주영은 다섯 차례 준우승했지만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8년부터 2년 동안 드림투어와 잠깐 다녀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었으니 이날 우승이 프로 첫 승이다.

덕분(?)에 KLPGA투어 최다 출전 첫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KG오픈에서 260번째 대회 만에 첫우승한 서연정의 기록을 19대회나 연장했다. 그는 “오랫동안 기다린 우승이지만 실감나지 않는다. 우승하면 은퇴하려고 했는데, 이 기쁨을 만끽하고 다음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은 박주영은 1년여간 쉬다가 올해 4월 필드로 돌아왔다. 우승 직후에도 아들을 껴안고 기쁨을 나눈 박주영은 “아이를 낳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KLPGA가 결혼한 선수, 엄마 선수에게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KLPGA투어에서 엄마 선수가 우승한 건 김순희(2003년), 안시현, 홍진주(이상 2016년) 등 세 명 뿐이었다. 박주영이 네 번째 기록 보유자인데, 쉽게 보기 힘든 기록이다. 박주영은 “아들을 재워놓고 나서 퍼팅 훈련을 했다”는 말로 육아와 선수생활을 병행하는 고충을 대변했다.

그런데도 박주영은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생애 첫우승을 차지한 박주영은 KLPGA 정규투어에서 3승을 따낸 박희영(36)의 동생이다. 자매가 정규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이들이 처음이다.

박주영은 5일부터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는 언니 박희영과 함께 출전한다.

가족에게 뜻깊은 추석 선물을 안긴 박주영은 “며느리로 명절에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 남편이 늘 응원해줘 고맙고, 언니 나 우승했다”며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2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박주영과 동반 경기에 나선 김재희는 17번 홀까지 버디 2개를 잡아냈지만 보기 2개를 곁들여 1타도 줄이지 못한 끝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11번 홀까지 4타를 줄이며 2타차 2위로 쫓아온 박결은 13∼15번 홀 3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18번 홀(파4)에서 1타를 더 잃은 박결은 공동 4위(1언더파 215타)로 대회를 마쳤다.

부상 치료와 재활로 한동안 코스를 비웠던 임희정은 공동 4위에 올라 복귀 이후 처음 톱10에 입상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븐파 72타를 친 김민별도 공동 4위에 합류, 신인왕 레이스 1위를 굳게 다졌다.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 이예원은 컷 탈락했지만, 상금과 대상 포인트 상위권 선수들도 부진해 두 부문 선두는 변하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