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다음 시즌보다는 ‘스핀오프’로 간다”

원작 드라마의 세계관을 확장한 스핀오프 (spin off) 드라마가 방송가의 대세로 떠올랐다.

스핀오프란 인기 콘텐츠 번외 편으로 줄거리 중 특정 대목, 장면, 등장인물 등을 별도로 떼내 제작한 독립적인 콘텐츠를 의한다. 최근 방송가는 인기 드라마의 차기 시즌을 제작하는 대신 ‘스핀오프’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예가 tvN 드라마 ‘비밀의 숲’(2017~2020)의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다. 원작 ‘비밀의 숲’ 시즌1이 높은 완성도로 뜨거운 화제성을 모은데 반해 2020년에 방송된 시즌2는 시청률은 1편보다 높지만 완결성 면에서는 1편만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스핀오프물인 ‘좋거나 나쁜 동재’는 원작의 비열한 캐릭터인 청주지검 검사 서동재(이준혁 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밀의 숲’의 서동재는 약삭빠르게 처신하는 부패검사다.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는 과거의 부정때문에 앞날이 캄캄한 서동재가 검사로서의 촉과 기회주의자의 본능 사이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시즌2까지 방송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2021)도 차기 시즌 제작 대신 스핀오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제작을 택했다.

원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99학번 동창생인 율제병원 의대 교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는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 위해 종로 율제병원에서 수련하는 레지던트들의 삶을 조명한다. 이미 배우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등 차세대를 이끌 배우들이 낙점된 상태다.

판타지 코믹극으로 사랑받았던 JTBC ‘힘쎈여자 도봉순’(2017)도 7일부터 스핀오프물인 ‘힘쎈여자 강남순’을 선보인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원작주인공 도봉순과(박보영 분)과 같은 유전인자를 가진 ‘육촌’ 강남순(이유미 분)과 그의 어머니,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펼칠 예정이다. 원작의 주인공 도봉순 역의 박보영이 특별출연한다.

스핀오프 드라마 제작 배경은 원작의 힘과 팬들의 관심이라는 두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인기 원작 속 캐릭터를 깊이있게 알고 싶어하는 팬들의 관심과 애정에 더해 원작의 힘을 빌려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초기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한 방송 제작 관계자는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IP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다. 이는 팬 커뮤니티의 활성화, 글로벌 시장 진입 가능성 같은 장기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동시에 가장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이미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진만큼 이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 문화평론가는 “시즌 간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움을 선사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너무 유사하다면 신선함이 떨어지고, 너무 달라지면 팬들을 당황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핀오프의 경우 서사가 얼마나 괜찮은가가 중요하다. 성공한 작품의 세계관을 가져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대감이 있지만 그걸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 성공, 실패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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