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윤세호기자] 캡틴이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를 위한 완벽한 경기를 만들었다. 이미 우승이 확정됐고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세리머니가 계획됐으나 9회 역전승을 만들며 부산까지 온 팬들과 함께 밝게 웃었다. LG 주장 오지환이 암흑기를 지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룬 소감, 그리고 한국시리즈(KS)를 향한 자신감을 전했다.
오지환은 4일 사직 롯데전에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서 4안타 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2회초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를 날린 오지환은 4회초 우전 안타, 6회초 우전 적시타, 그리고 9회초 결승타가 된 내야 안타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만들었다.
오지환의 활약을 앞세운 LG는 7-6으로 또 한 번의 역전승을 만들며 시즌 83승째를 거뒀다. 전날 이미 1위 확정 매직넘버를 모두 지운 가운데 시즌 전적 83승 51패 2무가 됐다. 오지환은 시즌 타율 0.272. 최근 일주일 동안 타율 0.455로 막바지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승리 후 LG 선수단은 정규시즌 우승 기념 모자와 기념 티셔츠를 착용한 채 사직구장을 찾은 LG 팬들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다음은 경기와 세리머니 후 오지환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우승 기념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있는 지금 기분이 어떤가?
떨린다. 사실 더 빨리할 수 있었는데 늦어서 팬분들께 죄송하다. 그래도 기억에 남을 일을 오늘 한 것 같다. 설레기도 한다.
-어제 1위가 결정됐을 때보다 지금이 더 기쁜가?
훨씬 더 좋다. 어제는 그냥 두 경기가 끝나고 두 팀이 져서 우승을 통보받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해낸 것 같은 느낌이 없어서 아쉬웠다. 오늘은 뭔가 끝까지 경기를 했고 접전에서 역전을 했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다.
-9회 역전 찬스에서 타석에 섰다. 이겨서 팬들과 세리머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당연히 생각했다. 승리 후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이기지 못했으면 지금 이런 분위기가 났을까 싶다. 앞에서 (정)주현이가 못 쳐서 주현이가 부담 느낄까 봐 내가 해결하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이전에 암흑기도 겪었다. 지금 LG 선수 중 가장 오랫동안 LG에 있는 선수가 됐다. 그래서 이번 정규시즌 우승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형들 생각이 났고 지금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다 보니 선배님들과 함께 이런 기쁨을 누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라. 선배님들께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더 잘했다면 더 먼저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함께 하지 못한 2군 선수나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에게 연락한 것으로 들었다.
그렇다. 지금 여기 없는 선수들에게도 고생했고 함께 축하하자고 했다. 부상으로 빠진 함덕주 선수에게도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정상적으로 돌아올 걸로 믿고 있으니 와서 함께 잘하자고 했다.
-정규시즌을 돌아보면 팀이 1위를 할 수 있겠다 싶은 순간이 있었나?
있었다. 지난주 KT와 더블헤더를 다 이기고 올해는 우리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겨우 지난주인데 너무 늦게 확신을 가진 것 아닌가?
아니다.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당시 더블헤더에서 집중 하려고 했다. 더블헤더 다 이기는 순간 우리가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최다승을 하고 싶은 생각도 크다. 작년에 87승을 했는데 계속 승리해서 88승까지 가고 싶다.
-남은 시즌도 계속 베스트로 치를 계획인가?
그렇게 하고 싶다. 앞으로 남은 경기도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팬분들께서 많이 오시지 않나. 잠실로 돌아가면 더 많은 팬분들이 보실 텐데 계속 이기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어차피 144경기 다 하면 KS까지 3주의 시간이 있다. 우리를 보러 와주시는 팬분들이 있으니까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 가능성도 있다.
박찬호 선수가 워낙 잘해서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끝까지 경쟁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타격감이 최근 상당히 좋다. 비결이 있나?
상위 타선에 서니까 찬스가 계속 걸린다. 계속 찬스가 오면서 잘 못하기도 했는데 이후 결과를 내려고 집중했다. 지금은 자신감도 생겼다.
-KS 무대는 처음이다. 이전 포스트시즌 경기와 KS는 다를 것 같나?
분명 다를 것이다. 일단 4승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지금도 KS 4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준비할 것이다. KS 4승으로 통합우승 꼭 이루겠다.
-마지막으로 오늘 참석하지 못한 선수들의 유니폼을 챙긴 것도 인상적이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과는 매일 통화하고 있다. 우리가 다 유니폼 챙겨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잘해서 금메달 따고 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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