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샤오싱=김동영기자] 마침내 웃었다. 국제무대에서 지독하게 따라다녔던 부진과 불운을 딛고 우승을 확정 짓는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한국 야구 대표팀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이 아시안게임(AG) 4연속 우승 순간을 이뤘다.

고우석은 7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샤오싱 야구·베이스볼 센터에서 대만과 2022 항저우 AG 야구 결승전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2-0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했고 실점없이 승리를 완성했다.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도 무너지지 않고 결정구 슬라이더로 짜릿한 금메달 획득 순간을 만들었다.

고우석은 첫 타자 양천위를 힘으로 압도했다. 양천위에게 몸쪽 속구를 구사했고 양천위의 배트가 부러졌다. 힘없이 뜬 타구가 1루수 문보경에게 향하며 1루 플라이로 첫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위기는 다음이었다. 두 번째 타자 린리에게 던진 초구가 우전 안타로 이어졌다. 그리고 린안커와 상대하는 과정에서 주심이 허무한 판정을 내렸다. 스트라이크 존 하단을 통과한 것으로 보이는 공에 연속으로 볼 판정을 했다. 볼카운트가 3-0까지 몰렸고 볼카운트 3-1에서 린안커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동점 주자까지 출루하며 1사 1, 2루. 하지만 고우석은 무너지지 않았다. 주심의 판정에 미소를 짓는 여유를 보인 후 다시 집중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구를 펼쳐 보였다. 정타 확률이 낮고 그라운드볼을 유도하기 적합한 고속 슬라이더를 꺼냈다.

우녠팅에게 던진 2구 슬라이더가 2루수 김혜성을 향했다. 김혜성은 1루 주자를 태그아웃 한 후 1루에 송구했다. 송구가 1루수 문보경의 미트에 들어가면서 한국의 금메달이 완성됐다. 고우석은 과거 아픔을 벗어버리듯 마운드 위에서 포효했다.

참 지독했던 지난 3번의 국제대회였다. 국제 무대 데뷔전이었던 2018 프리미어12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고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후 두 번은 악몽 그 자체였다. 도쿄올림픽 한일전에서 통한의 베이스 커버 실수로 역전패를 당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반등을 다짐했다. 겨우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대표팀 소집 첫날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그런데 WBC를 눈앞에 두고 부상과 마주했다. WBC 개막에 앞서 임한 평가전에서 담증세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부상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WBC에서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은 WBC에서 세 차례 연속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고우석은 도전 조차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우석은 회복과 재활에 전념한 후 올시즌을 늦게 시작했다. 소속팀인 LG에 돌아오고 첫 인터뷰에서 WBC에서 아쉬움을 잊지 못한 듯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만큼 절치부심했다. 다사다난한 올시즌을 보내면서도 네 번째 국제무대인 AS에서는 기필코 뒷문을 지키려 했다. 국제무대 4수 끝에 KBO리그에서는 138개나 올린 세이브를 기록했다. 고우석은 물론 대표팀 선수 모두가 가슴이 터질 듯 환호하며 서로를 껴안았다.

해피엔딩과 함께 고우석의 국제무대 잔혹사에 마침표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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