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박준범기자] ‘찰나’의 순간.

스포츠는 찰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승패가 나뉘기 마련이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종합 대회는 더더욱 그렇다. 그 찰나의 순간을 담기 위해 분투했지만,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대회 시작 후 쏟아지는 메달의 현장에서 서 있었다.

김우민(강원도청)의 계영 800m 역주를 봤고, 동시에 백인철(부산중구청)의 접영 50m 깜짝 금메달을 직접 확인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김국영(광주광역시청)이 포함된 남자 육상 400m 계주의 37년만 동메달도 지켜봤다. 그리고 여자 양궁 리커브 임시현(한국체대)의 37년만 3관왕 달성도 바라봤다.

남자 펜싱 사브르 오상욱(대전광역시청)과 구본길(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양보할 수 없는 개인전 맞대결도 관전했다. 유도 여자 78㎏ 이상급 김하윤(안산시청)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수줍게 가수 김호중의 팬심을 고백하는 장면도 실시간으로 봤다. 개인 종목은 아니나, 남자 축구대표팀의 ‘3연패’ 달성도 현장에서 함께하며 웃었다.

마냥 웃을 수 있었던 건 또 아니다. 여자 축구대표팀 콜린 벨 감독과 지소연은 8강에서 북한에 패한 뒤 억울함을 강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여자 양궁 컴파운드 단체전에 나선 오유현은 메달을 따낸 뒤 ‘은사’ 박성현 감독 이야기에 울컥해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남자 축구대표팀 ‘캡틴’ 백승호가 취재진을 향해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도 봤다. 백승호는 금메달을 따낸 뒤 “이겨냈으니 다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간의 노력과 희생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감정은 격해질 수밖에 없다.

찬란한 순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짧다. 그 찬란한 순간을 위해 5년간 땀과 눈물을 흘리지만 그것도 ‘찰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8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찬란한 순간도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으로 이미 바통은 넘어갔다. 태극 전사들도 귀국해 자신들의 길을 또 걷는다. 각자의 소속팀으로 떠나고, 일반 종목 선수들은 곧바로 있을 전국체전과 선발전에 다시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서 말이다.

지난달 18일에 항저우에 입국한 기자에게도 20일의 시간이 ‘찰나’의 순간처럼 훌쩍 지나갔다. 항저우에서의 좋은 기억들만 모두 안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무탈’하게 대회를 마친 선수들에게 또 취재진에게 또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작별의 인사를 건네본다. ‘나빴다면 경험이고, 좋았으면 추억이다’라는 문구처럼, ‘찬란’했건 ‘찰나’이건, 추억으로 남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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