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첫 노 개런티 출연을 결정했다.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그 기간, 첫 아들을 가졌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화란’은 톱스타 송중기에게 세 번의 ‘첫 경험’을 안긴 작품이다. 영화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삶을 벗어나기 위해 조직에 들어갔다 더 큰 폭력을 마주하는 고교생 연규(홍사빈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송중기는 새아버지에게 끔찍한 폭력에 시달리던 연규에게 연민을 느끼며 돌보는 조직의 중간보스 치건을 연기했다.
◇날 것 같은 생생한 대본 느낌 살리고자 노개런티 출연…그리고 첫 칸 영화제 진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로 아시아 톱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tvN 드라마 ‘빈센조’(2021)에서도 반듯한 변호사 빈센조 역을 연기하는 등 유독 깔끔하고 멀끔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송중기다.
그러나 ‘화란’에서는 예쁜 외모를 지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조직의 중간보스면서 가정폭력 피해자인 치건을 연기하기 위해 거칠고, 어두운 메이크업으로 빛나는 외모를 죽였다. 치건이 학대를 당한 흔적인 귓바퀴 상처는 분장으로 완성했다. 송중기는 “관객들이 송중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반대되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한다”며 웃었다.
‘예쁜 남자’의 대표주자였던 그가 왜 ‘강한남자’이자 학대의 상징인 치건을 택했을까. 송중기는 “‘강한남성’ 캐릭터에 대한 로망 때문이 아니다. 이 작품 특유의 스산하고 끈적한 대본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플러스엠에서 제안한 다른 작품 출연을 거절하려고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대본을 접했어요. 개인적으로 ‘무뢰한’이란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 작품에서 받았던 미묘한 지점을 ‘화란’에서도 느꼈어요. 치건과 연규의 관계가 영화 ‘아가씨’의 유명한 대사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송중기는 ‘화란’의 날 것같은 생생한 대본의 힘을 살리기 위해 ‘노개런티’ 출연을 결정했다. 데뷔 이후 처음이다. 송중기는 “내가 이 작품에 출연함으로서 작품 전체 제작비가 상승하면 저예산 독립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질까봐 우려됐다”며 “하지만 노개런티는 이번 한번만이다. 다음부터는 출연료를 꼭 받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송중기라는 톱배우의 합류로 힘을 얻은 ‘화란’은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송중기 역시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서게 됐다.
“넷플릭스 ‘로기완’ 촬영차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머물 때였어요. 현지시간 밤 10시,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 쯤 전화가 왔어요. 제작자님이 ‘우리 간다’고 해서 어딜 가냐고 되물었더니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받았다 하더라고요. 순간 모든 게 정지되는 줄 알았어요. 다음날 제가 너무 히죽대며 좋아하는 티를 내서 함께 촬영했던 최성은 배우가 짜증났을 것 같아요. (웃음)”
칸국제영화제라는, 모든 배우들이 선망하는 영화제에 초청받은 만큼 송중기는 ‘화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는 “배우생활의 전환점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엔 쑥스럽지만 확실히 배웠어요. 할리우드나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대배우들이 작품이 좋으면 비중과 관계없이 출연하고, 개런티를 줄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많이 보고 배운 현장이었습니다.”
◇첫 아들 출산 후 아빠 돼, 아내 아직 영화 못 봐…해외 진출 위해 오디션 보기도
송중기는 올해 초 배우 케이티 루이즈 손더스와 결혼 후 지난 6월 첫 아들을 품에 안았다. 칸국제영화제 당시 영화의 폭력성 때문에 만삭이던 아내가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다.
송중기는 “아직도 아내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며 “부모가 되니 2시간동안 마음 편히 영화 한편을 보지 못한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는 “아기가 이제 100일이 넘었다”며 취재진에게 아들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부모의 미모를 쏙 빼닮은 아기는 한국어와 영어로 육아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아빠가 된 송중기는 아직 배우로서 배가 고프다. 아시아 톱스타인 그가 해외 오디션의 문을 두드린 것도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송중기는 “가끔 현지에서 나를 알아본 뒤 ‘너 아시아에서 유명한 배우인데 4신밖에 안 나온다. 괜찮냐?’라는 질문을 듣기도 한다. 내가 대본에 매력을 느끼면 무조건 괜찮다고 했다. 다만 내 영어가 완벽하지 못한게 문제다. 유명하다고 캐스팅되기보다 벽돌깨기 하듯 직접 오디션을 치르고 캐스팅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초등학교 시절, 송중기의 좌우명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였다. 40대가 된 송중기의 삶에는 이끼가 낄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다양한 장르물에 출연하고픈 욕심은 늘 있는데 요즘은 전통적인 공포영화가 끌린다”고 했다. 어쩌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예쁜 귀신 송중기를 볼수 있을지도 모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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