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방송가에서는 “빌런이 멋있어야 작품이 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곤 한다. 매력있는 악역을 절대선에 가까운 주인공이 처치하는 장면은 드라마의 쾌감을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범죄도시’의 윤계상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눈에 띄는 악역들은 모델처럼 훤칠한 키에 소년미 넘치는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잘생긴 쓰레기’라는 말이 돌 정도로 빼어난 외모의 배우들이 강렬한 악을 표현한다. 영화 ‘용감한 시민’ 이준영과 디즈니+ ‘최악의 악’ 위하준, ENA ‘악인전기’ 김영광이 대표적인 예다.
세 배우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공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멋진 착장과 인상 깊은 연기력으로 색다른 그림을 그려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영 : 광기와 살기, 뱀 같은 혀… 동정 필요 없는 악’
영화 ‘용감한 시민’은 코믹 액션물이다. 초반부 이준영이 맡은 한수강이 등장하기 전까진 코미디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 한수강이 등장하면서부터 공포, 스릴러 느낌의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한수강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부모 아래서 무서울 정도의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스무살이다. 복싱 선수 출신으로 뒤늦게 재입학해 부끄러움도 모른 채 폭력을 일삼는다. 재미로 상대를 괴롭히며, 조금만 대들어도 무자비한 폭력을 저지른다. 남자는 물론 여자도 가리지 않는다.
이준영은 광기와 살기가 도사리는 눈빛으로 한수강을 표현한다. 시종일관 눈을 치켜뜨며 불편한 얼굴을 그려내며, 결정적인 순간엔 혀를 날름거리며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낸다. 그 잔상이 상당히 깊게 남는다.
그는 이 영화 개봉에 앞서 넷플릭스‘마스크걸’에서도 김춘애(한재이 분)에게 얹혀 사는 아이돌 출신 백수 최부용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준영은 “악역을 연기하는 것에 상당한 두려움과 괴로움을 느꼈다. 끊임없이 나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며 “혀를 이용한 장면은 성경에서 차용했다. 힘들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위하준: 마약 카르텔 중간 보스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다는 건”
배우로서 가장 좋은 얼굴이 선과 악이 뚜렷하지 않은 얼굴이다. 분장과 착장에 따라 선과 악으로 자유롭게 변주할 수 있는 얼굴을 가진 배우들이 롱런한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기 좋다.
그런 점에서 위하준은 배우로서 좋은 얼굴을 갖고 있다. 웃을 때는 선한 인물 같지만, 조금만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면 악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tvN ‘배드 엔드 크레이지’에서는 광기가 담긴 섹시를, ‘작은 아씨들’에서는 미스터리 섹시가이로 불렸다.
위하준은 디즈니+ ‘최악의 악’에서 한중일 마약 카르텔을 주도하는 조직 강남연합 보스 정기철 역을 맡았다. 권력과 부를 누리는 중간 보스다. 행동에 절제가 있으며, 지략을 겸비했다. 집단의 성공을 위해선 무슨 일이든 다 한다. 잔혹한 보스의 카리스마를 온 몸으로 뿜어냈다. 아울러 첫사랑 연기까지 선보이며, 짙은 페이소스를 남겼다는 평가다.
위하준은 “보스를 연기했던 소감은 희열 아닌 희열이 있기는 한데 부담이 컸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가 된다는 건 큰 부담감이 있겠구나 싶었다. 기분은 참 묘했다. 좋았다가도 부담스럽다가도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영광, 총 든 사이코패스 ‘후회도 미련도 없는 악’
워낙 키가 크고 선이 굵은 인상이라 악역이 제법 잘 어울릴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김영광이 넷플릭스 ‘썸바디’에 이어 다시 한 번 광기를 표출했다. 그는 ENA 드라마 ‘악인전기’에서 생계형 변호사 한동수(신하균 분)를 악인으로 이끄는 장본인이자 범죄조직 유성파 2인자 서도영을 연기했다.
서도영은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절대악’이다.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자신을 배신한 조직원을 색출해, 거리낌 없이 죽인다. 피도 눈물도 없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악행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무력도 강한데, 심지어 총도 사용한다.
김영광은 나른한 목소리와 고압적인 눈빛만으로 서도영에게 강렬한 카리스마를 부여한다. 중반부부터는 스타일리시한 의상까지 갖춰 서도영이 가진 무자비한 면을 더 부각할 예정이다. 아직 초반부지만 김영광이 그릴 서도영에 대한 기대가 크다.
김영광은 “악인도 후회나 미련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서도영은 미련이나 후회들이 없이 거칠게 표현을 많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